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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ournal of Otorhin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 Volume 62(10); 2019 > Article
사이버 멀미의 개요

Abstract

With an introduce of virtual reality (VR) technology, the issue of unpleasant side effect of VR immersion has been raised as “cybersickness.” Although exact mechanism of cybersickness is still elusive, sensory conflict theory has been generally accepted as in classic motion sickness. The absence of expected correlated vestibulo-proprioceptive sensory information during VR experience causes sensory conflict, which leads to dizziness, disorientation, nausea and fatigue. Herein, we review the recent literature to build the conceptual scheme for understanding cybersickness. From the brief description of motions sickness,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cybersickness is also outlined.

서 론

전정신경계의 기질적 질환을 동반하지 않고 구역과 어지럼을 호소하는 경우 중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멀미(motion sickness)이다. 멀미는 히포크라테스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1], 고대 그리스어로 배(ship)를 뜻하는 ναῦς[naus]에서 ναυσία(nausea)가 유래하여 구역, 뱃멀미(sea sickness)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멀미는 생리적 현훈(physiological vertigo)이라 할 수 있으며, 비정상적인 환경에 대해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므로 질병은 아니나 겪게 되면 주관적인 불편이 클 수 있다. 멀미의 양상과 강도는 개인에 따라 다양하여 전체 인구의 약 5~10% 가량은 멀미에 매우 민감하며, 여성이 더 많고, 한 개인에서도 만 2세에서 12세 사이에 가장 증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전형적으로 상복부 불편감과 구역이 있으면서 식은땀이 나고 어지럼과 방향 감각 둔화(disorientation)가 이어질 수 있다[1]. 이전에는 주로 교통수단과 관련한 멀미가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디지털기기와 3D 디스플레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체험으로 인한 경우가 늘어나면서 사이버 멀미가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1,3]. 이에 본 고에서는 사이버 멀미의 개념을 정리해 보고자 하며, 이를 위해 일반적인 멀미의 개론에서 시작하여 사이버 멀미의 기술적인 측면과 임상적 측면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본 론

멀미의 병태 생리

멀미가 발생하는 기전

우리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원하는 위치에 시선을 고정하고 자세 균형을 유지하는 데는 우리 몸의 정교한 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초의 시각, 전정 및 체성 감각(visual, vestibular, and proprioceptive sensory information)에서 오는 정보에 기반하여 전정안반사(vestibulo-ocular reflex)와 전정척수반사(vestibulospinal reflex) 기능을 비롯, 중추신경계에서는 망상체, 추체외로, 소뇌 및 대뇌피질 등에서 이러한 정보를 통합하여 자세를 조절한다[2].
멀미를 설명하는 가장 널리 인정받는 이론은 감각 신경 부조화 이론(neural mismatch, sensory mismatch, or sensory conflict theory)으로, 말초 감각 신경에서 오는 정보가 중추에서 서로 충돌하여 멀미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해한다[4-7]. 즉, 시각, 전정 및 체성 감각 중 일부가 중추신경계에 도달하면 경험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나머지 감각계의 정보를 기대하게 되는데, 이와는 맞지 않는 감각이 지속적으로 인지되면 이러한 모순과 부조화로 인해 신경계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위장관계와 자율신경계 증상을 동반하는 멀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1,8-11]. 또 다른 가설로 자세를 불안정(postural instability)하게 하는 상황이 멀미를 유발한다는 의견도 있다[12]. 즉, 동물은 생태학적으로 자세를 안정되게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어지럼을 느낀다는 것(ecological theory)이다. 이 가설에서는, 동물이 감각 부조화 상황은 오히려 잘 견딜 수 있으나 자세가 불안하거나 흔들리는 상태에서 멀미가 더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12]. 하지만 자세 불안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고, 이러한 자세 불안 역시 멀미의 증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3,13].
멀미는 건강한 사람에서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왜 우리 몸에 이러한 현상이 생리적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가장 흔히 알려진 것은 신경 독성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작용이라는 가설(toxin detector hypothesis)이다[8]. 즉, 멀미 상황에서 생기는 감각 부조화 현상을 신경독성 물질이 체내에 들어온 것으로 판단하여 일련의 반응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가설로는 뇌간에서 움직임을 인지하는 전정경로와 구토를 관장하는 회로가 물리적으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반사회로가 활성화된다는 의견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멀미를 일으키는 일련의 상황에서 빨리 피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경고 체계라 해석하기도 한다[8].

멀미의 종류

Reason과 Brand [7]는 멀미를 유발할 수 있는 부조화 상황을 이론적으로 크게 6가지로 분류하였다[2]. 제시된 이론을 바탕으로 Fig. 1을 구성하였으며, 각각의 경우에 해당하는 예시를 함께 나열하였다. 이러한 분류를 통해 멀미 상황을 간략히 정돈해볼 수 있다.
문헌을 보면 멀미 연구는 전통적으로 뱃멀미(sea sickness)나 차멀미(car sickness)를 대상으로 한다. 즉, 시각(visual)이 고정되어 있거나 일부 주어진 상태에서 그에 상응하지 않는 머리나 몸의 움직임(vestibular/proprioceptive perception)으로 멀미가 생기는 경우(motion-induced motion sickness)에 대한 보고가 많다(Fig. 1A and C). 연구자들은 증상을 유발하는 움직임의 종류와 방향, 가속도(linear, angular, oscillation, roll, pitch, heave motion, etc.) 및 다양한 움직임의 혼합에서 나타나는 멀미 반응에 대해 꾸준히 보고하고 있다[1,4,14-17]. 이에 반해 최근의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와 관련한 멀미는 주로 몸의 움직임은 없거나 제한된 상태에서 그보다 더 활동적인 시각 신호가 전달되어 발생하는 경우(visually induced motion sickness)에 해당한다(Fig. 1A and B).

움직임 유도 멀미(Motion induced motion sickness)

멀미의 증상과 평가

멀미 증상의 정도를 정량화하여 평가하고, 멀미에 따른 생리학적인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진단과 치료효과 평가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구토를 제외한 나머지 증상은 정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전에는 ‘명확한 진단’을 위해 구토의 여부를 멀미의 진단기준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증상이 심해도 구토는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1]. 이후 증상을 항목별로 나누어 그 정도를 평가하는 진단 도구가 소개되었으며 1968년에 Graybiel 등18)이 제시한 멀미의 진단 기준과 1979년 Wiker 등[19]이 제시한 멀미 평가도구가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적용이 보다 간단하면서 증상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설문이 다양하게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Motion Sickness Assessment Questionnaire (MSAQ)를 흔히 사용한다[20]. MSAQ에서는 증상군을 4가지(gastrointestinal, ventral, peripheral, sopite-related) 범주로 나누어 범주별 점수 및 총점을 계산한다(Table 1, Fig. 2).

멀미의 감수성

같은 상황에서도 개인에 따라 증상의 정도는 매우 다양하다. 일란성 및 이란성 쌍생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멀미의 유전적 영향은 성장기에는 70%, 성인은 55%로 보고된 바 있다[8]. 일반적으로 2세에서 12세 사이에 멀미에 감수성이 가장 높고 성인이 될수록 감소하며, 여성이 더 높다가 폐경기를 지나면서 남성과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인다[8,21].
신경증이나 불안한 성격, 의존적, 내향적 성격인 사람이 멀미가 더 흔하며 내향적인 사람은 멀미 적응이 늦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성격적 특성과 멀미 증상 정도의 연관성은 낮아 예측력이 떨어진다[1,22]. 다양한 어지럼 질환에서 멀미의 감수성을 평가한 한 연구에서는, 전정 기능이 저하된 군에서 멀미를 적게 느끼며 메니에르병과 편두통 환자에서는 감수성이 크다고 보고하였다(Fig. 3) [8,21,23,24].
생리적 지표로 멀미 감수성을 평가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그 적응은 아직 제한적이다. 중추의 속도 저장 기전 평가에서 시간상수가 멀미를 예측한다는 보고가 있고, 전정 유발 근전위(cervical vestibular evoked myogenic potential) 진폭이 낮은 사람이 멀미 적응을 잘 한다는 연구결과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에서 백질의 구조가 멀미와 연관되어 있다는 보고 등이 있다[8,25,26]. 알파2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유전자 다형성(genetic polymorphism)이 스트레스에 대한 자율신경계 반응과 멀미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1,2,22] 아직 객관적으로 정량화된 검사 방법은 보고되어 있지 않다.
임상에서 실제로 환자의 멀미 감수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Motion Sickness Susceptibility Questionnaire 설문지가 대표적이다. 학령기 및 최근 수 년 사이에 이용한 교통수단의 종류와 이용 빈도를 묻고, 각각의 경우 어떤 증상을, 어느 정도 강도로, 어떤 빈도로 느꼈으며, 또한 멀미를 이유로 특정 교통수단을 피하는 경우가 있는 지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불편한가를 평가한다. 다소 문항이 많고 복잡하여 간소화된 설문지도 소개된 바 있다[27,28].

멀미의 예방과 치료

멀미는 주로 행동 요법, 적응, 약물로 예방하고 치료한다. 행동 요법은 차 안에서 정면을 계속 바라보면서 머리를 흔들지 않거나, 배에서는 진행 방향 데크에 자리잡고 수평선을 멀리 바라보고 전정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음주를 피하는 등 증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2]. 적응 요법은 대부분의 경우에 상당히 효과적이며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습관화가 일어나 멀미 증상이 경감될 수 있지만 전체 인구의 약 5% 정도에서는 적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약물 중에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제가 흔히 사용되며 효과적이다. 항콜린제인 스코폴라민(scopolamine)이 널리 쓰이며, 경구 섭취 시 30분 내에 효과가 나타나 약 6시간 동안 지속되고 피부에 부착하여 경피 흡수되는 방법은 부착 6~8 시간 후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덱스트로암페타민(dextroamphetamine)은 주로 항공기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코폴라민과 함께 사용하면 멀미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약물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하여야 한다. H1 수용체 길항제 역시 효과적인 약제로 디멘하이드리네이트(dimenhydrinate)가 대표적 약제이다. 구토에 대해서는 세로토닌 수용체 길항제(5-HT3 receptor antagonist)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시각 유도 멀미(Visually induced motion sickness, VIMS)

시각 유도 멀미의 일반

시각 유도 멀미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중 주로 관심사가 되는 것은 시뮬레이터 멀미(simulator sickness)와 사이버 멀미, 두 가지이다. 문헌에는 시뮬레이터 멀미가 먼저 기술되었으며 1900년대 중반에도 연구를 다수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항공기 조종이나 군사훈련 모의 시뮬레이터 훈련 중 멀미 증상이 나타날 때 훈련에 미치는 영향과 그 치료 방법 등에 초점을 맞춘 보고가 많다[29-31]. 일상에서 접하는 경우로는 놀이공원의 시뮬레이터 탑승 기구(e.g. Simpson Ride Universal Studios)를 예로 들 수 있다.
사이버 멀미는 1968년에 헤드 마운티드 3D 디스플레이(head-mounted 3D display)가 처음 소개되면서 함께 기술되었고 당시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하다가, 최근 가상현실(VR) 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이다[32]. 비디오 게임, 영화 감상과 관련한 멀미(video game motion sickness, cinema motion sickness)와 혼용하기도 하나 좁은 의미의 사이버 멀미는 주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과 같이 주위 환경이 시각적으로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화한 상황에서의 증상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시각 유도 멀미의 증상과 평가

가장 흔히 사용하는 주관적 설문지는 기존의 MSAQ를 시각 유도 멀미의 증상에 맞게 변형한 Simulator Sickness Questionnaire (SSQ)로, 설문의 내용은 크게 방향감각상실(disorientation, D), 안구 운동 관련(oculomotor, O), 구역(nausea, N)의 세 카테고리로 나뉜다(Table 2) [33]. 설문에 포함된 총 16개의 증상을 각각 0점(증상 없음)부터 3점(매우 심함)의 4단계 중 한 가지로 점수를 매기고 증상 카테고리별로 합산한 후 가중치를 주어 총점을 계산해 낸다[33].
이러한 시각 유도 멀미는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motion-induced) 전통적인 멀미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한 프레임 안에 있는 동영상을 보는 멀미와 가상현실에서의 사이버 멀미는 증상이 다른가? 이에 대해서 Kennedy 등[34]은 다양한 멀미 상황을 설문으로 비교하여 보고하였는데, 뱃멀미에서 구역, 상복부 불편감 등을 비롯한 위장관계 증상이 주요 증상이라면 시각 유도 멀미는 어지럼 또는 현훈이 주요 증상이라고 하였다[32]. 대체로 사이버 멀미가 차멀미보다 짧은 시간 동안 노출되어도 쉽게 유발되는 경향이 있다[35]. Stanney 등[36]이 시각 유도 멀미 중 가상현실 환경과 시뮬레이터 상황에서 증상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둘 모두 위장관계 증상은 상대적으로 경미하였고, 특히 가상현실 노출군에서 어지럼과 현훈을 주로 호소하는 경우가 뚜렷하였으며 시뮬레이터 상황보다 증상을 심하게 호소하였다[32]. 이후에 Gavgani 등[32]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코리올리 효과(vestibular Coriolis effect, 등속 회전운동을 하는 상태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면 반고리관 자극 벡터의 합에 의해 주관적으로 pitch 방향의 회전을 인지하게 되고 구역을 동반한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를 이용하여(Fig. 1D) 멀미를 유발한 경우와 가상현실로 롤러코스터를 체험하게 한 후 증상의 발현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두 군간 증상 발현에 뚜렷한 차이가 없다고도 하였다.

사이버 멀미 각론

본 단락에서는 상기한 시각 유도 멀미 중 사이버 멀미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가상현실 구현의 기술적인 영향

일반적으로 가상현실 환경에서 보는 영상은 정지 사진을 초당 60~256장(fps)의 속도로 투영하는 방법으로 제공되는데, 가상현실로 제공되는 시각 정보와 대뇌가 기억하고 예측하는 장면의 질적 차이가 감각 부조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 프레임 속도가 60 fps 이상인 경우 동영상으로는 안정되게 인지하지만, 대뇌에서 영상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와 방식은 시야에서 상대적인 위치나 시각 자극의 종류에 따라 가변적으로 적용되므로 실생활에서 보는 현실 장면과 디스플레이 화면은 차이가 있다. 가상현실이 저해상도의 영상으로 구동될 때는 제시된 영상과 대뇌에서 기억하고 있는 정보와의 괴리로 인해 사이버 멀미가 발생할 수 있으며, 고해상도의 영상이 제공되는 상황에서도 공간감의 이격이나 체성 감각, 전정 기능에 비해 과도한 시각 자극에 노출되어 오히려 감각 부조화가 악화될 수 있다. 즉, 실제 환경과 디스플레이 화면의 차이에서 오는 시각 정보의 부자연스러움에 더해 영상의 해상도, 색상, 밝기 등도 감각 부조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가상현실에서 영상이 제공되는 시야각(field of view) 역시 멀미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시야각이 60도, 100도, 140도로 넓어질수록 멀미 지수가 유의하게 상승하였다는 보고가 있으며, 프레임 안의 화면을 보는 경우보다 가상현실 환경에서 멀미 증상이 더 심한 것도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32,36]. 무엇보다 가상현실이 시각 정보에 상응하는 전정·체성 감각은 없다는 점이 사이버 멀미의 근본 원인일 것으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진동이나 전기자극을 추가하는 시도가 있지만 이것이 실제 환경에서의 자극과 동떨어진 경우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사이버 멀미의 평가 및 감수성

사이버 멀미 역시 주로 주관적인 설문을 이용하여 평가하며, SSQ를 가장 흔히 사용하고 있다(Table 2) [33].
사이버 멀미는 SSQ 증상 분류 중 방향감각상실 관련 증상이 가장 심하고 구역, 안구 운동에 관련된 증상순으로 증상의 강도가 약해지며, 이는 다른 종류의 멀미와는 구별되는 특징적인 소견이다(Table 3) [37]. Table 3을 참조하면 몇 가지 종류의 대표적인 멀미 상황 중 유독 사이버 멀미에서―주로 어지럼으로 표현되는―방향 감각 상실이 가장 뚜렷한 것을 볼 수 있다. 시뮬레이터 멀미는 안구 운동 증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 사이버 멀미와는 증상의 차이가 있다[36,37].
사이버 멀미의 감수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고령일수록 사이버 멀미를 앓기 쉽고 그 증상도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이버 멀미에 취약하다고 한다. 이 같은 성별에 따른 감수성 차이는 생리주기, 자세 안정성(postural stability)에 대한 성별의 차이, 시야각의 차이 등으로 설명되나 정립된 바는 없다[35,36]. 또한 평소에 멀미(motion sickness)가 있었던 사람이 가상현실에 노출되었을 때 더욱 어지럼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38].

사이버 멀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사이버 멀미를 겪을 때 위장관계, 자율신경계와 중추신경계 등에서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가상현실 체험을 하면서 위 빈맥(gastric tachyarrythmia on electrogastrogram), 피부 전도도, 호흡유발 동성부정맥(respiratory sinus arrhythmia), 뇌파에서 상대적 델타 파워(T3, F3)가 증가하였고, 반면 손끝의 체온, 심박수, 광적맥파(photoplethysmogram) 최대 진폭, 상대적 베타 파워(T3, F3)는 감소하였다[35]. 이 연구에서는 위 빈맥과 눈 깜빡임 속도, 호흡수, 호흡유발 동성부정맥, 심박수가 사이버 멀미 증상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였으며, 특히 위 빈맥과 눈 깜빡임 속도는 주관적 증상의 정도와 유의미하게 연관되어 있었다[35]. 또한 사이버 멀미는 차멀미나 뱃멀미보다 단시간의 노출에서도 증상이 더 잘 유발되었으며[35] 상대적으로 심혈관계 증상이나 방향 감각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주요하였다[32,34].
가상현실 노출이 중추신경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롤러코스터 체험을 평가한 한 연구에서는 반응시간 평가 검사(reaction time task, 이 연구에서는 Deary-Liewald reaction time task를 사용하였으며 스크린 화면에 특정 기호가 나타나면 해당하는 버튼을 신속히 누르게 하고, 화면 제시에서 버튼을 누르는 동작까지 소요되는 반응시간을 측정)를 수행하였는데, 탑승 전에 비해 가상현실 롤러코스터 탑승 체험 후 반응시간이 20~50 ms가량 연장되었고, 연장 시간이 주관적인 구역의 정도와 비례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39].
사이버 멀미에서 뇌혈류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기 위해 롤러코스터를 체험하게 하면서 두개경유 도플러 초음파(transcranial Doppler)와 근적외선 분광분석법(near-infrared spectroscopy)을 시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탑승을 마친 직후에 대뇌 혈류 변화가 유의미하게 관찰되었다고 하였다[40]. 대뇌 관류(perfusion)는 전반적으로는 감소하면서 특정 피질부분에서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멀미를 호소한 피험자군에서 두정-측두엽 부위의 산화헤모글로빈 농도는 구역 증상의 정도와 비례하여 유의하게 증가함을 관찰하였다[40].
가상현실에 노출된 후 현실에 재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여파(after effect)라고 한다. 이는 배를 탄 후 발생하는 하선 증후군(mal de debarquement syndrome)과 유사하게 가상현실 노출 후 수 시간에서 수 일 동안 몸이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며, 가상현실 속에서의 상충되는 감각 정보들에 적응된 후 현실에서 정상 반응을 보이기까지의 적응 과정으로 이해한다[41]. 이 같은 문제로 공군기지에서는 조종사가 시뮬레이터로 훈련 후 24시간 이내에는 항공기를 조종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며, 가상현실 놀이기구를 사용한 뒤 즉시 차량 운전을 하는 것은 금하고 있다[42].

사이버 멀미의 예방과 치료

가상현실 환경에 반복하여 노출되는 경우 사이버 멀미 역시 탈감작과 적응이 일어날 수 있다[32,43]. 이러한 습관화가 구심성 경로에서 각각 일어나는지 중추에서 조절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피험자가 체험을 반복하는 경우 처음보다 점점 더 오랜 시간 후에 증상을 호소하고 주관적 증상도 감소하는 것을 관찰하였다[43]. 더 나아가 멀미에 대한 교차 적응(cross adaptation) 가능성 여부도 제시되었는데, 이전에는 멀미 습관화가 선택적이어서 교통수단이 바뀌거나 자극의 종류가 바뀌면 서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다수 있었으나[2,43] 이후 연구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이용해서 교통수단에서 느끼는 멀미를 습관화시킬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43].
이론적으로 일반적인 멀미 치료제가 사이버 멀미도 다소 경감시켜줄 수 있겠으나 약물 부작용과의 득실을 살펴보아야 하며 약물 효과에 대한 보고는 아직 없다. 교통수단 이용과는 달리 불가피한 상황이 거의 없으며 간단히 눈을 감거나 체험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멀미 유발 상황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약물 치료까지 광범위하게 관심이 이어지지 않은 이유일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사이버 멀미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가상현실로 제공되는 영상정보 안에 수직/수평의 기준(reference)을 함께 제공하거나, 격자(grid) 표시를 삽입할 경우 시각자극으로 인한 감각불일치를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44]. 또한 운전 시뮬레이터를 운용 중에 사용자가 회전하기 전 동측 흉쇄유돌근부의 표면전극으로 직류전류를 제공하면 사이버 멀미가 유의하게 감소하여 이 같은 가상의 전정 자극이 사이버 멀미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었다[45].

결 론

가상현실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으며 놀이로서의 기능뿐아니라 교육이나 훈련, 혹은 차세대 재활치료의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37,46]. 하지만 이러한 시각 자극과 사이버 멀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그 시작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단기간의 중추신경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넘어 과연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은지, 누릴 수 있는 효과와 부작용을 어떻게 평가하고 조율할 수 있을지, 혹은 사이버 멀미에 취약하고 감수성 높은 사람들을 의학적으로 미리 진단해 낼 수 있을지 등의 질문에 답을 구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ACKNOWLEDGMENT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fund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NRF-2018R1D1A1B07048796).

Fig. 1.
Types of sensory mismatches causing motion sickness. Examples of each situation were listed below. SCC: semicircular cannal.
kjorl-hns-2018-00759f1.jpg
Fig. 2.
Motion Sickness Assessment Questionnaire. Adapted from Gianaros, et al. Aviat Space Environ Med 2001;72(2):115-9 [20].
kjorl-hns-2018-00759f2.jpg
Fig. 3.
Motion Sickness Susceptibility Questionnaire adult scores in healthy control and patient groups. Significances are comparisons of each patient group with age-equivalent healthy controls. Both single standard deviation bars (grey) and 95% confidence interval bars (black) are shown in the figure. BVL: bilateral vestibular loss, UVL: unilateral vestibular loss, Vestib: vestibular, BPPV: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Clin: clinical. Adapted from Golding and Patel. Otolaryngol 2017;137(5):495-502 [24].
kjorl-hns-2018-00759f3.jpg
Table 1.
Symptom categories in Motion Sickness Assessment Questionnaire
Gastrointestinal Central Peripheral Sopite-related
Sick to stomach Dizzy Sweaty Annoyed
Nausea Spinning Clammy Irritated
Queasy Faint-like Cold sweat Tired
May vomit Lightheaded Hot Fatigued
Disoriented Warm Uneasy
Blurred vision
Table 2.
Symptom categories in Simulator Sickness Questionnaire
Nausea Oculomotor Disorientation
Discomfort Discomfort Difficulty focusing
Increased salivation Fatigue Nausea
Sweating Headache Fullness of head
Nausea Eyestrain Blurred vision
Difficulty concentrating Difficulty focusing Dizziness
Stomach awareness Difficulty concentrating Vertigo
Burping Blurred vision
Table 3.
Symptom profiles in related conditions
Sea sickness Space sickness Military simulators Cybersickness
Highest rating Nauseagenic Nauseagenic Oculomotor Disorientation
Middle rating Oculomotor Disorientation Nauseagenic Nauseagenic
Lowest rating Disorientation Oculomotor Disorientation Oculomotor

Adapted from Rebenitsch and Owen. Virtual Reality 2016;20(2):101-25.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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