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저자:김성원, 137-701 서울 서초구 반포동 505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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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Epinephrine은 lidocaine과 혼합하여 이비인후과 영역을 비롯하여 많은 수술의 국소주사제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비중격성형술 과정에서 출혈과 점막의 울혈 감소, 수술 시야 개선, 통증 경감을 목적으로 수술 부위에 epinephrine을 점막하 주사하게 된다.
그러나 epinephrine을 국소 주사하게 되면 심계항진, 두통, 고혈압, 부정맥, 불안 등이 생길 수 있으며, 부주의한 주사에 의해 과량의 epinephrine이 혈관에 직접 주사되면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쳐 뇌출혈, 부정맥, 폐부종, 심정지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1,2)
저자들은 흡연력 이외에는 심혈관계에 대한 위험인자가 없었던 건강한 남자 환자의 비중격성형술 시행 과정 중 epinephrine 점막하 주사 후 발생한 심실성 빈맥(ventricular tachycardia)을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36세 남자 환자가 반복적인 인후통과 좌측에 주로 증상이 나타나는 비폐색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신장 160 cm였고 체중은 70 kg으로 과거 10년간 하루 1갑의 흡연력 이외에는 약물 복용이나 수술을 시행 받은 적이 없었고, 가족력에서도 특이 소견은 없었다. 이학적 검사상 양측 구개 편도선 비대와 좌측으로의 비중격만곡, 양측 하비갑개의 비대 소견이 있어, 만성 편도선염과 비중격만곡증, 만성 비후성 비염 진단하에 수술을 계획하였고, 수술 전 시행한 단순 흉부 촬영, 심전도검사, 혈액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Remifentanil을 지속적으로 정주하면서 1% lidocaine 50 mg, propofol 160 mg, rocuronium 50 mg을 투여하고 기관내 삽관을 실시한 후 4% desflurane-air-O2를 이용하여 마취를 유지하였고, 동맥압은
90~100/55~65 mmHg, 맥박 85회/분이었고 심전도에서도 정상 동율동(sinus rhythm)으로 유지되었다. 먼저 편도절제술과 우측 하비갑개 점막하 투과열 요법(submucosal diathermy)을 시행하였고, 환자의 자세를 바꾸어 비중격성형술을 시행하기 위해 1:100,000으로 희석한 epinephrine 용액 약 7.5 mL를 비중격에 점막하 주사하였으며, 주사기를 흡인하여 주사침의 혈관 관통 여부를 확인한 후 주사하였다. 점막하 주사시 주사 후 혈압과 맥박이 일시적으로 135/85 mmHg, 92회/분 정도 상승하였으나 곧 주사 전 상태로 안정되었다. 비중격성형술을 진행하는 도중 epinephrine을 주사하고 약 7분이 경과했을 때 심전도에서 ST분절 상승과 간헐적인 심실 조기 수축, QRS폭의 확장 소견을 보여 Lidocaine 50 mg을 2회에 걸쳐 주사하고 Isosorbide dinitrate를 점적 주사하면서 nitroglycerin patch를 붙였고 약 2분 후에 정상 동율동으로 호전되어 다시 수술을 진행하였다. Epinephrine을 점막하 주사한 지 약 20분이 경과했을 때 심전도상 갑작스럽게 ST분절의 하강이 나타나고 이어서 심실성 빈맥 소견을 보여서 즉각 수술을 중단하였다. 혈압과 맥박은 측정되지 않았으며 맥박산소포화도의 파형도 감지되지 않아서, 모든 마취제의 투여를 중단하고 100% 산소를 투여하면서 흉부압박을 시행하면서 epinephrine 0.5 mg을 정주하는 등 심폐소생술을 시작하였다. 직류전기 심장율동전환기를 이용하여 biphasic mode 150 Joule로 2회 제세동을 실시하였으나 효과가 없었고, 황산마그네슘 1 g을 정주하고 세 번째 제세동을 실시한 후 심실성 율동에서 동율동으로 회복되었다(Fig. 1).
혈압은 120/90 mmHg로 유지되었으나 마취 각성효과로 생각되는 동성빈맥(125회/분)을 보여 remifentanil을 점적 주입하면서 근육이완제 역전을 위해 glycopyrolate와 physostigmine을 투여하고 자발호흡을 유도하였다. 환자는 의식을 회복하여 눈을 뜨는 등 명령에 잘 반응하였으나 기관 내 튜브를 통해 붉은색 거품이 섞인 분비물이 배출되어 폐부종이 의심되어 midazolam 5 mg과 vecuronium 4 mg을 다시 투여하고 5
cmH2O로 호기말 양압호흡을 시행하였다. 수술실에서 응급으로 시행한 경흉곽 심장초음파검사(transthoracic echocardiogram)에서 심장의 전외측벽의 움직임이 약간 저하된 것 이외에는 특이사항은 없었고, 환자의 심정지 및 심폐소생술 시간은 약 8분이었다. 환자는 중환자실로 이송되어 약 1시간 후에 기관내 튜브를 발관하였고, 3일 후에 시행한 관상동맥 조영술과 연축 유발검사에서 좌측 관상동맥에 Acetylcholine 50 mcg 주입 후 좌측 전측지와 굴곡분지에서 90%의 협착이 유도되어 변형협심증(variant angina)을 진단할 수 있었고(Fig. 2), 약 2개월이 경과된 현재 환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관상동맥에 관한 위험인자를 지닌 고령의 남성에 있어서 복부나 흉부 수술 중에 관상동맥 연축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발생할 수 있고, 흡입마취와 경막외 마취를 같이 시행할 때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3) 그러나 수술 전 검사에서 심혈관계 이상이 없는 젊은 환자의 수술 과정에서 심실성 빈맥이 발생한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로, 국내에서는 편도적출술시 epinephrine 국소주사에 의한 급성 폐부종과 halothane 흡입마취 중 고농도의 epinephrine을 비강의 점막에 적신(soaking) 후 심정지가 일어난 경우가 보고되어 있다.4,5,6)
일반적으로 수술시 출혈을 줄이고 점막의 울혈을 줄여 수술 시야를 개선시키고, 통증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epinephrine을 흔하게 사용하지만, 오히려 심혈관계 부작용만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7) epinephrine 주입에 관련된 심실성 빈맥은 환자의 나이, 주입되는 epinephrine의 용량, 주사 속도, 약물이 주입되는 신체 부위의 혈관분포 정도, 전해질 균형, 환기의 적절성, epinephrine 용액에 lidocaine의 추가 여부, 사용되는 휘발성 마취약제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8,9,10)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량의 epinephrine을 점막하 주사하였을 때 심실성 빈맥이 일어나는 원인은 3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함께 사용된 마취 약제에 의해서 심장이 epinephrine에 더 민감해 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신마취 용도로 흔하게 사용되는 흡입마취약제인 halothane, isoflurane, enflurane, desflurane, nitrous oxide 등이 심장의 역치를 낮추어서 epinephrine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서 심실성 빈맥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고 이 중에서 halothane을 epinephrine과 같이 사용했을 경우 심실성 빈맥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되었다.10,11,12) 둘째로, 환자 개인의 epinephrine에 대한 민감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Epinephrine 사용시 안전 용량 범위 내에서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epinephrine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14) 셋째는, 주입된 epinephrine이 환자의 체내에 유발한 과감작 현상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즉, epinephrine에 의한 과감작으로 인체 내부의 catecholamine이 과량 분비되어 β수용체가 자극되고 이로 인해 자발적인
Ca2+ 진동이 일어나 심실성 빈맥을 유발할 수 있고 비만한 백인 남성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5) 그리고 수술 과정에서 사용된 epinephrine에 의해 발생한 고혈압을 교정하기 위해 β수용체 길항제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α수용체를 자극시키게 되어 폐부종과 함께 심장성 허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보고되었다.16)
변형협심증은 주로 휴식상태에서 발생되는 심근의 허혈상태와 그로 인한 심통증이 특징인 질환으로서 심전도상 ST 분절의 상승이 동반되며, 급성 심근경식증, 심부정맥, 심실세동 등으로 발전하는 경우 갑작스런 사망으로 이어진다. Catecholamine, thromboxane
A2, serotonine, angiotensin, vasopressin 등 혈관수축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전반적인 관상동맥의 협착을 일으키는데, acetylcholine, ergonovine 등을 관상동맥에 직접 주입하였을 때 관상동맥 연축이 유도되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전형적인 관상동맥질환의 유발인자와는 관련이 없으며 증상은 보통 새벽이나 휴식 중에 발생하고 운동시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자신의 병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상적인 술 전 검사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본 증례는 변형협심증 환자에서 epinephrine의 피하 혹은 점막하 주사가 직접 관상동맥 연축을 유도하고 심근허혈과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왕력이 없는 변형 협심증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술 전 평가로는 구별하기 어려워 심질환에 대한 고려없이 마취 및 수술을 받게 되므로,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국소마취하에 흔히 시행되는 비중격성형술 등의 과정에서 이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심폐소생술 방법을 숙지하고 기관내 삽관 기구들과 직류 심장율동전환기 등의 응급 장비를 갖추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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