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후각, 냄새의 역할과 문화사
Role and Cultural History of Human Olfaction and Sm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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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olfaction is not a degraded sense, but it plays an important function not only in survival but also in human senses, emotions, memories, and social functions. It is a complex and difficult characteristic of the olfaction that has only recently been scientific development. Although interest has increased recently, the characteristics and functions of human olfactory function are not well known, and medical research are also focused on disease. In fact, interest in medical aspects such as the cause of olfactory diseases, olfactory function tests, treatments, and olfactory rehabilitation has only recently grown, and other odors, olfactory characteristics, functions, and humanities have little interest. Therefore, beyond the medical perspective on human olfaction and smell, we intend to increase our understanding and interest in the olfaction, which has been underestimated in importance, through humanistic considerations. The olfaction is also a sense of a person, and its value should be paid attention again. It’s never an inferior sense. Understanding the functions of the underrated human olfaction and re-discovering the lost olfaction and smell culture will enrich life.
서 론
인간의 후각은 오랜 기간 동물적인 감각이고 본능적인 감각이라 치부되고 무시되어 왔고, 그 기능도 과소 평가되어 왔다. 이런 이유에는 후각이 복잡하고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도 있겠고 문화사적으로 시각, 청각에 비해 천대받은 면도 있다. 답보상태의 냄새후각연구는 극히 최근이라 할 수 있는 1991년에서야, 린다 벅과 리처드 액설이 후각 수용체유전자를 발견하고 나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 연구로 그들은 2004년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하였다[1].
이를 기점으로 후각과 냄새에 관련된 많은 연구와 융합학회의 설립과 같은 이전에 없었던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업으로 많은 연구가 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밝혀진 부분이 미미한 상태이다[2].
고령화 사회에서의 신경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후각저하가 이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관심에 대상이 되었고, 최근 COVID-19 판데믹 질환의 증상으로 후각저하가 많이 발생하고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후각 저하에 대해 관심이 많이 높아진 상태이다.
그러나 관심은 많아졌지만 대부분은 인간의 후각 냄새의 특성과 기능은 잘 모르고, 의료인들도 질환적인 것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후각 질환의 원인, 후각검사, 치료, 후각재활 등 의료적인 면에서도 최근에서야 관심이 커지고 있고, 그 이외의 냄새, 후각에 대한 특성, 기능, 인문학적인 내용은 거의 알지 못하고 이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인간의 후각과 냄새에 대한 의료적 관점을 벗어나 인문학적인 고찰을 통해 중요성이 과소평가된 후각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한다.
본 론
인간의 후각 특성, 기능
냄새를 통해 맛있는 음식이나 향기로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화재나 부패한 음식에 대한 위협적인 요소를 알고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은 후각의 잘 알려진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외 후각의 다른 기능이나 특성에 대해서는 잘 알려 지지 않았다.
후각이 근대 과학역사에서 비중이 거의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째, 철학 및 연구사에서는 인간의 특성으로 감각보다는 사고와 이성을 휠씬 더 중요시했고, 감각 중에서도 가장 열등의 감각으로 후각을 평가했다. 두 번째는 본질적으로 후각 연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냄새는 순간적으로 발생하였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고 후각도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adaptation)이 되기 때문에 측정하는 것 자체가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매우 어렵다. 세 번째는 후각 즉 화학물질과 화학반응에 의한 소통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구에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는 향기로운 사람이야”라는 표현은 단순히 그 사람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는 뜻은 아니다.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워도 이러한 표현은 후각의 중요성을 인간은 직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돌출된 감각기관인 코는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냄새를 맡고 이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고 있으나, 인간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위의 수많은 냄새를 필터링 없이 수용하고 반응한다면 인간은 짧은 시간 내에 지쳐버릴 것이다. 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은 주로 부정적인 냄새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스냄새, 타는 냄새 등 생존 위험에 대한 경고의 냄새이고, 다른 하나는 썩은 냄새, 역겨운 냄새와 같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부패의 냄새이다.
최근에는 진료에서 의사의 후각을 활용한 검사 및 진단이 사라지고 있지만, 수백 년 전에는 후각을 이용해 진단을 하였다. 실제로 여러 질환에서 고유한 냄새가 난다.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에서는 아세톤 냄새가 난다. 최근에는 후각이 발달한 개를 이용하여 진단에 활용하기도 한다. 개들은 호기나 소변냄새로 암을 구별할 수 있다. 훈련된 개는 폐암, 난소암, 유방암, 방광암, 전립선암 등을 잘 알아 내고, 폐암, 난소암의 경우는 정확도가 거의 100%에 이른다고 한다[3].
최근까지 시각 중심인 인간사회에서는 후각이 퇴화된 감각이라고 알고 있고, 인간의 후각 능력이 동물에 비해 열등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물은 후각이 예민하고 인간은 후각 기능이 퇴화되어 상대적으로 둔감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후각이 동물보다 좋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4]. 약한 냄새에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더 잘 맡았고, 비슷한 냄새들을 구별하는 능력도 다른 포유류에 못지 않았다. 인간의 후각능력이 다른 동물처럼 뛰어남을 믿지 못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그동안 냄새를 동물적 특성으로 간주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 일 것이다[5].
후각에 많이 의존하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시각과 청각으로 얻은 정보를 더 신뢰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의식적으로만 그렇다.
냄새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시각적인 묘사, 청각적인 묘사에 비해 가장 불명확하다. 적절한 단어로 묘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집 앞 지하상가의 냄새, 뒷산 아침에 나는 냄새 등 경험했던 상황과 연관하여 자기만의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1000개 이상의 후각수용체가 있으며, 이것의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전체 유전자의 3%-4%를 차지하고, 다른 감각기관과 신체기관보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후각이 인간에게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반증하고 있다. 최근까지 이들 후각관련 유전자의 다수가 기능을 하지 않는 위유전자(pseudogene)라고 여겨져 왔고, 이런 이유로 인간에서 후각능력이 퇴화되었다고 설명해 왔으나 위유전자들도 후각 수용체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6].
다른 포유류에 비해 특히 설치류와 개에 비해 인간의 후각 능력이 열등하다고 널리 믿어져 왔다. 이는 19세기에 만들어진 잘못된 신화이다. 이는 사람의 후각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에 의해 도출된 것이 아니고, 19세기 유명한 해부학자인 Paul Broca의 가설로 유래된 것이다. 즉 그는 인간을 “비취인(nonsmellers)”으로 분류하였는데 이는 후각검사를 통해서가 아니고, 인간의 전두엽이 발달하여 인간에게 자유의지(free will)를 주었는데 이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후각시스템의 희생이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인간에서의 후각망울(olfactory bulb)이 전체 뇌 크기에 비해, 비율적으로 다른 포유류에 비해 작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는 후각 위축(olfactory atrophy)이 인간을 정신 질환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주장한 Sigmund Freud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인간의 극소후각(microsmaty)의 개념으로 20세기에는 인간의 후각 시스템에 대한 과학적인 무시가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많은 생물학자, 인류학자,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후각이 열등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유전적, 신경생물학적인 데이터가 인간 후각 시스템의 특유한 양상을 보여주나, 이는 지속적으로 잘못 분석되고 있으며, 의료 행위에서도 인간의 후각장애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과소 평가되고 있다[7].
후각 망울이 인간의 경우 뇌 전체 크기에 대한 비율이 설치류에 비해 작지만, 실제로 절대적인 크기는 훨씬 크며, 포함하고 있는 신경 수는 더 많다[8,9]. 다른 포유류의 후각 역치 비교 검사에서 인간은 쥐와 원숭이보다 더 예민한 결과를 보였다. 물론 5가지 후각물질 중에 3가지 물질이었고 종에 따라 후각 물질에 대한 감수성이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뛰어나거나 뒤지지 않는 결과를 보여주었다[7].
많은 서적들이 인간은 1만 가지 정도의 냄새를 구별한다고 기술하였는데, 이는 1920년의 연구에 따른 것이다. 최근 정교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1조 개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10]. 그해 반해 인간의 시각은 500만 개의 색깔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을 스스로 “시각적인 동물”이라고 부르는데, 이 생각은 대단한 착각일 수 있다. 청각의 경우에도 인간은 특정 범주 즉 20-200000 Hz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 또한 가청 범위에서도 다른 동물들의 청각이 인간을 훨씬 앞서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시각, 청각은 시간, 장소에 따라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보고 듣는 것은 매우 예측 가능하고, 측정 가능하며, 객관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서 거의 똑같이 적용된다. 이는 후각에 비해서 한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냄새의 특성
모든 냄새가 후각신경으로 지각되지는 않는다. 타는 냄새, 멘톨, 페퍼민트, 고추냉이처럼 매운 냄새, 차가운 느낌 등은 삼차 신경을 통해 느낀다. 이는 통각과 비슷하며 자극이 지속되면 위험신호가 될 수 있는 만큼, 감각이 더 강한 반응을 하게 된다. 이에 반해 후각은 반대로 지속적인 자극에 적응(adaptation)이 되면서 옅어지고 없어진다. 시각적 자극은 좀 더 자세히 볼 수도 있고, 청각적 자극은 더 귀 기울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반해, 냄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리고, 같은 냄새가 지속되더라도 적응되어 추가적인 분석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새로운 냄새는 맡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는 냄새의 강도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에게서 이전 냄새를 계속 지각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냄새로의 전환이 훨씬 중요하다. 새로운 냄새는 새로운 정서를 끊임없이 일으킬 수 있다. 만약 한 냄새에 집착되어 있다면 새로운 위험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1조 개에 달하는 냄새도 1000개 정도의 후각 수용체에 의해 구분이 되는데, 후각 유전자가 많은 것도 후각이 감각자극에서 가장 복잡한 화학적 감각이기 때문이다.
냄새 분자는 복잡하기 때문에 범주화하기 어렵다. 어떤 냄새 분자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11]. 남자의 땀에 있는 안드로스테논(androsterone)은 단 냄새, 사향 냄새, 오줌 냄새 등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이러한 경우는 많이 있다. 같은 냄새를 다르게 느끼기도 하지만 세기도 다르게 느낀다. 특정 자극에 나타나는 후각 수용체의 발현 패턴이 사람마다 다르고 냄새 물질에 대한 민감성도 제각각이다. 즉 냄새는 객관화하기가 어렵다. 맡고 있는 냄새를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최근 후각의 유전적 변이가 냄새 지각의 개인차를 반영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12].
냄새 분자의 이성체(stereoisomer)인 경우 똑같은 구조이나 서로 다른 냄새가 난다. 예를 들면 알파-테르피네올(terpineol)은 한쪽은 라일락 향이 나지만 다른 이성체는 타르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난다.
또한 같은 냄새도 농도에 따라 냄새가 달라질 수 있다. 스카톨(skatol)과 인돌(indol)은 옅은 농도에서는 장미 꽃 냄새가 나지만 농도가 짖어지면 방귀냄새가 난다. 실제로 대변의 주된 냄새 성분이다. 그에 반해 색이나 소리에서는 강도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게 바뀌지는 않는다.
농도가 진해진다고 냄새가 항상 악취가 되는 것도 아니다. 캠퍼(camphor)인 경우는 옅은 농도에서는 오줌 냄새가 나지만 진한 농도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실제 우리가 생활에서 맡는 냄새들은 한 가지 분자로 되어 있는 경우는 없고, 복합적으로 뒤섞인 형태이므로 단일 분자 냄새로 하는 연구들은 드물어졌지만 매우 설득력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냄새는 각자 성장해 온 문화적 배경이나 학습 경험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 신생아들은 임신 시 엄마가 먹던 음식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출생 후 이틀만 되어도 엄마의 체취와 모유냄새를 더 선호한다. 엄마도 신생아의 냄새를 맡으면 편안해진다. 엄마의 냄새는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강화시킨다[13].
후각은 무의식으로 많은 냄새 자극을 필터링한다. 냄새를 의식하게 되는 경우는 냄새가 아주 좋거나, 연기나 상한 냄새처럼 악취가 나거나,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예상치 못한 냄새가 나는 경우이다. 반대로 냄새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는 집에 있는 것과 같이 사실상 가장 편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냄새는 의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14].
유전자가 다른 사람의 체취에게 이끌린다는 말은 틀린 내용이고 오히려 유전자는 우리가 절대 거부해야 할 사람을 알려준다. 물론 사람은 체취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여러 연구에서 사람은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 시스템이 비슷한 상대의 체취를 맡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오히려 MHC가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15].
남성의 체취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것보다 더 강하고 싱글 남인 경우 연인이 있는 경우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이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관계가 있을 거라고 추측된다. 여성인 경우는 배란기에 가장 좋은 체취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의 수치에 따라 체취의 쾌적함이 달라 진다는 것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16,17].
진화과정상 인간은 뇌가 발달하면서 후각도 향상되었다. 영장류가 진화하면서 두뇌 발달에 자극을 준 것은 사회적 적응력이며 이는 후각과도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환경, 후각적 환경 모두 복잡하며 예측이 어렵다. 따라서 이를 위해 더 크고 발달된 뇌가 필요했을 거라고 추측된다. 또한 사회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냄새를 인지하고 구분하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 이는 후각이 사회적 지능과 밀접함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5].
냄새와 심리학
인간의 정서는 사고와 분리될 수 없다, 냄새를 맡는 행위는 감정과 구분이 안되고, 두 경험적 행위 모두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다. 우리 행동의 최고의 조언자는 우리의 직감이고 그 직감은 코, 후각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5].
인간에게는 사회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 형성이 잘 안된다.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냄새에 덜 민감했다. 후각은 정서와 직결되어 있고 뇌의 동일한 영역에서 처리되며 따라서 둘 다 비슷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우울증이 있는 환자는 후각 망울이 작다는 사실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18-20].
어떤 냄새는 인간의 기분을 좋게 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지만,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아로마 치료에 대해 검증된 것은 몇 가지 냄새에서 각성효과와 진정 효과가 있다는 것뿐이다.
개들은 사람의 두려움의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고 추측이 된다. 레트리버 개로 실험한연구에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두려움의 냄새를 맡으면 개들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아마도 인간과 개의 오랜 관계에서 형성된 공진화(coevolution) 때문이라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공유하는 것이다[21].
물론 사람도 두려움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한 연구에서 실습용 인형에 스트레스 냄새가 나면 치과 대학 학생들의 수술 성공률이 낮아졌음을 확인하였고[22], 사회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두려움의 냄새에 더 강하게 반응하였다고 한다[23].
심리학에서도 후각은 천대시 되었다.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 심리학자인 분트는 인지 실험을 최초로 시행하여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유명한 학자이다. 그는 감각을 고등감각과 하등감각으로 구분했다. 빛과 소리를 지각하는 시각과 청각은 고등감각으로 분류하고, 이를 객관적인 감각이라 하였다. 미각과 후각은 하등감각으로 분류하고 이는 의식의 객관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하였고, 더욱 평가 절하가 되었다. 특히 후각은 아주 강한 정서적 흥분을 유발하므로 이에 따른 지각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그러므로 학술적 연구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독일의 관념론, 특히 칸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5].
저명한 철학가이며 계몽가였던 칸트는 “감각세계”는 자유로운 “관념 세계”와 대립한다고 하였다. 다른 생물과 달리 인간은 윤리적 규범과 도덕적 원리를 가능케하는 자유로운 이성이 있어 특별한 존재인데, 후각은 전혀 걸러지지 않은 감각으로 인간의 특성에 반하므로 “가장 필요 없는 감각”이라고 평하였다. 칸트는 이성에 따른 삶이 최고의 목표라 하였고 따라서 후각에 대한 그의 평가는 받아 들여졌다. 쇼펜하우어도 인간의 정신적 능력과 비교할 때 후각과 미각은 그 기능이 제한적이며 하등감각이라고 평가하였다[5].
위와 같이 모든 분야에서 칸트, 헤겔,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영향을 받아, 이성이 중요하며 감각적이 것은 모두 등한시 하거나 쓸모 없다고 간주되는 풍조가 되었다. 물론 프랑스의 철학자 에티엔 보노 드콩디야크는 후각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결정적이며 중요한 자각이고, 후각이 이성적 활동의 기반이라고 주장하였지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냄새는 기억을 유발한다. 언젠가 맡았던 냄새가 과거의 기억을 회상케 한다. 특정 냄새에 반응하여 기억이 회상되는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 또는 프루스트 효과(effect)라고 한다. 프랑스의 거장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현대소설의 기념비적 작품에서 그런 현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오게 하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 여기서 특별한 일은 깊이 묻혀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회상이 되며 생기는 것이다. 이를 마들렌 효과라고도 한다.
물론 노래의 경우도 이런 효과도 있으나 냄새만큼 강렬하지 않다. 특히 음악의 경우 문화와 경험과 학습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냄새는 어느 곳 어느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다른 특성들이 있다. 감각은 정서를 일으키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만지고 보고 듣고 하는 행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으나, 후각은 유일하게 통제하지 못한다. 즉 냄새는 속일 수 없다. 다른 감각은 만지지 않고, 보지 않고, 소리를 차단하면 되지만, 후각은 코를 막는다고 차단할 수 없다.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가 없다.
봉준호 감독의 “Parasite (기생충)” 영화에서 냄새는 중요한 메타포이다. 냄새가 인간의 사회적 지위를 가르며 냄새는 이런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냄새는 영화에서 인간의 사회적 상황과 관련된 감정을 표현하며 그들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냄새는 인간의 기억이나 감정을 강력히 뒤흔들고 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냄새의 문화사
냄새, 향취의 문화사적인 면을 보면 후각을 퇴화된 감각으로 여기게 된 현대 사회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고 대
기원 전에는 향이나 냄새는 종교의식에서 굉장히 중요했다. 편하고 좋은 냄새와 종교적 성스러움을 연관시켰고 나쁜 냄새는 악마와 연결시켰다. 즉 악은 악취를 내뿜고 선은 향기를 풍긴다고 여겼다. 어떤 문화에서든 냄새에 관한 용어는 영혼이나 정신 등의 용어와 연관이 있다.
고대에서 냄새는 단순한 심미적인 문제가 아니라 계층을 나누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냄새는 달랐다. 부유층은 향료와 훈향, 청결하고 환기 잘 되는 집으로 후각적 호사를 누렸고 이에 반해 가난한 가정은 오줌 냄새, 생선 썩은 냄새, 고약한 냄새로 묘사되었다. 또한 도시사람과 시골사람, 남성과 여성, 자유인과 노예의 구별은 향기로움과 악취로 구별되고 묘사되었다.
장례식에서 향을 사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불쾌한 냄새를 차단하는 목적도 있지만, 죽은 자에게 좋은 향기를 주어서 신들의 영토에 신들이 받아드릴 수 있도록 하는 의도인 것이다.
한편으로 냄새를 이용한 치료를 하기도 했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는 악취나 지독한 냄새로 전염병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는 향기가 풍부한 삶의 시대였다. 축제와 연회는 향료와 훈향이 필수적이었고, 손님에게 커피와 차를 대접하듯이 향료를 권하고 대접하였다고 한다. 향료도 음식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았다.
고대의 많은 신들은 여러 가지 향기로 표현이 되었다. 그만큼 향기는 신성함과 동일시 되었고, 향기 식물 또한 전설적인 기원을 가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박하는 하데스의 버림받은 여인이었고, 월계수는 아폴로가 사랑하던 님프의 소생이라고 하였다. 신, 우상 숭배, 집단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향료와 훈향이 사용되었다.
향기가 풍부한 고대에는 문학에서도 후각적 표현이 발달하였다. “어제 담은 유리병에서 풍기는 향유의 숨결, 샤프란의 구부러진 꽃술에서 흘러내리는 마지막 한숨의 입김, 월동 보관 상자 속에서 익어가는 사과냄새, 봄 이파리 넘치는 들판의 향기…”는 로마의 풍자시인 마샬리스(Martialis)가 키스를 묘사한 글이다. 섬세하고 수많은 냄새의 묘사가 사용되었다.
또한 후각과 미각의 용어는 고대사회의 지혜를 비유하는 사용되었다. Sagax (총명하다는 뜻의 sadacious의 어원)는 후각이 예민하다는 뜻이며, 영리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Sapientia (지혜라는 뜻의 sapience의 어원)는 향미와 지혜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중세, 현대
서구사회는 중세와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후각에 대한 사회적, 학문적 무의식이 만연하게 되었다. 서구사회에서 4세기 기독교가 발흥하면서 훈향은 우상숭배로 비난을 받았다. 기독교의 교부인 오리게네스는 훈향을 “악마의 양식”으로 불렀다. 실제로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 황제조각상 앞에서 훈향을 하지 않아 순교를 많이 당하여 이에 대한 반감이 심하였다. 향기에 관한 많은 기술과 기법이 로마 몰락과 사라지게 되었지만 오랫동안의 관습은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고, 6세기에 이르러 기독교 의식에서도 기도의 상징인 훈향을 사용하게 되었다.
14세기부터 17세기에의 페스트(plague)는 여러 차례 유행하였는데, 악취가 병의 매개체라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환자들에게서 강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더욱 강화되었다. 이 역병에 대한 대처는 다른 자극적인 냄새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여, 향기 있는 나무를 태워 소독을 하였다. 향기 용품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당시의 의학자들은 코를 통한 약물은 먹는 약보다 뇌에 직접 접근하고 영혼에 좀 더 직접 작용한다고 믿었고, 영혼을 치유하는 최고의 수단은 냄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24]. 역병은 타인의 냄새에 심각한 염려를 갖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기독교의 금욕적인 사고는 이성과 문명을 주도하는 감각이라 여긴 시각을 중심으로 사회 및 문화가 발달을 하게 되었고, 광기와 야만의 감각이라고 규정한 후각에 대해서는 학문적, 사회적인 무의식이 만연하였다. 19세기 계몽주의는 냄새에 대학 평가절하가 시작되어 본질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수단으로 후각의 가치는 점점 폄하되었다. 더 이상 냄새에 치유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시각이 발견과 지식의 가장 뛰어난 수단이고 과학의 최상의 감각이 되었다. 다윈과 프로이트와 같은 유명과학자들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후각은 뒤처지고 시각이 우선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주장하였고,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영향을 받았다. 후각은 직관과 감성, 가사와 유혹 등 여성과 연관된 감각, 미개인, 짐승들의 감각으로 간주되기 이르렀다. 심지어 냄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은 진화가 덜된 야만인, 타락한 프롤레타리아, 변태, 미치광이, 천치 같은 비정상인으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풍조는 Patrick S˝uskind의 대표 소설 「향수(Perfume: a story of a murderer)」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그루누이는 천치, 변태, 타락한 하급계층으로 냄새를 탐닉하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려는 살인자로 그려지고 있다.
후각을 문화적으로 억압한 이유는 후각이 열등한 감각이기 때문이 아니고, 후각, 냄새가 가지고 있는 감정적, 근본적인 내면성, 억제될 수 없는 특성이 사회질서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여겨져서 였다.
다윈은 인간이 동물로부터 진화하는 과정에서 후각의 예민함을 잃어버렸다고 단언하였고, 후각을 개발하는 것은 퇴행을 의미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직립하면서 코는 냄새에서 멀어지고 시야는 확대되어 후각이 시각에 자리를 내어 주었다고 주장하였고, 사람이 성숙하면서 유아기적인 후각적 즐거움도 시각적 즐거움으로 바뀌는데, 아직도 후각적인 것을 강조하는 사람은 심리적 성장이 억압되고 있다고 하였다.
20세기, 세계 대전은 후각에 대한 인식을 더욱 악화시켰다. 냄새와 연관된 특성들 즉 감상성, 직관성, 노스텔지어는 급속히 변모하는 사회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20세기의 기능주의적 사회는 향기, 후각이 차지할 자리는 없게 되었다[25].
신경세포는 재생이 안된다고 여겨져 왔는데, 최근에 후각 세포의 재생 능력이 밝혀졌다. 후각 세포는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된 유일한 중추 신경이고 그러므로 직접적인 영향이나 손상에 취약할 수 있다. 이러한 후각 감각 세포의 재생뿐만 아니라, 후각에 관련해서는 뇌에서도 재생(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이 가능할 수 있고, 뇌세포 재생이라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훈련을 하면 후각 소실 환자도 회복될 수 있고, 냄새를 맡는 사람도 후각 훈련을 통해 더 잘 맡을 수가 있다. 후각 훈련은 후각 손상 환자뿐만 아니라 노인,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26].
결 론
후각은 퇴화된 감각이 아니고, 생존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 정서, 기억, 사회적 기능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후각의 복잡하고 어려운 특성으로 최근에 이르러서야 과학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 문화의 중심이 되어온 서양 기독교 문화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문화사적으로는 ‘탈취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후각도 사람이 가진 하나의 감각으로서 그 가치를 다시 주목해야 한다. 절대 열등한 감각이 아닌 것이다. 과소평가된 인간의 후각에 대한 기능을 이해하고, 사회적, 문화적으로 억압되고 무시되어온 잃어버린 후각, 향취 문화를 다시 찾는 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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