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재배치를 활용한 두경부암 치료
Drug Repositioning for Treatment of Head and Neck Canc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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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Head and neck cancer (HNC) is a complex disease that poses significant therapeutic challenges. Traditional treatment options such as surgery, radiation, and chemotherapy have limited efficacy and often result in significant side effects. In recent years, drug repositioning has emerged as a promising strategy to identify new therapeutic options for HNC. Drug repositioning involves repurposing existing drugs, already approved for other indications, for the treatment of HNC. This approach takes advantage of existing knowledge about drug safety and efficacy, reducing the time and cost needed to develop new drugs. By leveraging the known safety profiles, pharmacokinetic, and pharmacodynamic properties of these drugs, drug repositioning can accelerate the drug development process and reduce costs. In this review, the current status of drug repositioning efforts for HNC and the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associated with this approach are discussed. We also highlight some of the most promising drug candidates that have emerged from recent studies and clinical trials. Overall, drug repositioning has the potential to significantly improve the treatment landscape for HNC and offer new hope for patients with this challenging disease.
서 론
약물의 재배치(drug repositioning)는 용도변경(repurposing), 재프로파일링(reprofiling) 또는 재태스킹(re-tasking)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며, 기존 약물의 의학적 적응증의 범위를 벗어나는 승인 또는 시험용 약물의 새로운 용도를 식별하기 위한 전략이다[1]. 약물 재배치는 신약 개발(de novo drug development)보다 임상에서 다양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개발 실패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재배치된 약물은 초기 단계 시험이 완료되면 전임상 모델과 제1상 임상 시험에서 이미 충분히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후속 효능 시험에서 최소한 안전성 관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둘째, 약물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투자가 덜 필요하다. 임상 시험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재배치할 약물의 경우 대부분의 전임상 시험, 안전성 평가 및 경우에 따라 제형 개발까지 이미 완료되었기 때문에 임상 시험 시 상당한 비용과 시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2]. 마지막으로, 용도 변경된 약물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표적과 경로를 밝힐 수 있다.
두경부암(head and neck cancer)은 신약 개발이 어려운 질환 중 하나이다.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head and neck squamous cell carcinoma, HNSCC)의 경우 다른 암종에 비해 TP53 외에는 유전자 주도적 변이(driver mutation)가 암 발생 및 진행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며,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감염 및 다양한 분자병리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3,4]. 이로 인해 두경부암의 병인 기전을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 타깃을 찾는 것이 어려워 신약 개발에도 난항이 초래된다. 또한, 두경부암은 다른 암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낮은 편이기에 임상 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제한적이다. 환자 수의 부족은 임상 시험을 위한 참여 기관 수와 연구 기간 측면의 부담을 가져오고, 결과 분석 시 통계적 유의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하며, 보다 중요하게도 다국적 제약회사나 거대 연구 자본의 유치가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두경부암의 치료에는 수술과 방사선치료 외에도 장기간에 걸친 항암약물치료 등의 다양한 요법이 적용되기에 새로운 치료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비교대조를 위한 다양한 분석군의 설정과 오랜 추적 및 평가가 필요하다. 이는 임상 시험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어 신약 개발을 어렵게 만든다.
두경부암은 진단 시 60% 이상에서 3-4기의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며, 이 병기에서는 치료로 인해 먹고 말하고 숨쉬는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5]. 따라서 두경부암의 치료에서는 질병의 관해와 함께 기능 보존을 위한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간 국소 진행된 두경부암에서 선행 항암요법, 항암방사선 동시요법 등 기능보전을 위한 다양한 치료 방법이 도입되었으나, 아직도 재발률은 15%-40%, 5년 생존율은 50% 미만으로 예후 개선 측면은 수십 년째 답보 상태이다[6]. 따라서, 두경부암 치료 효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현 시점에서 달성해야 할 임상 연구의 일차적 목표가 될 것인데, 앞서 말한바와 같이 두경부암에서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고려 시 기존 치료의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병합 치료제의 발굴이 필요할 것이며, 이는 두경부암 치료에서 약물 재배치의 가능성과 의의를 살펴봐야 할 근거가 될 것이다. 본 종설에서는 약물 재배치를 위한 방법에 대한 개론을 소개하고, 다양한 질병이 있겠지만 암에 국한하여 약물 재배치가 적용된 사례와 이론적 근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두경부암에 있어 적용된 약물 재배치에 대한 연구들의 소개와 함께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약물 재배치의 과정과 방법
일반적으로 약물 재배치 전략은 후보 약물의 개발 파이프라인 착수 전에 다음 세 단계로 구성된다. 1) 해당 질환과 적응증에 대한 후보 물질 식별(가설 생성); 2) 전임상 모델에서 약물 효과의 기전적(mechanistic) 평가; 3) 제2상 임상 시험에서의 효능 평가(단, 원래 적응증의 일부로 수행된 제1상 시험에서 충분한 안전성 데이터가 있다는 전제하에)이다. 이 중 1단계가 가장 중요하며, 적합한 후보 약물을 높은 수준의 신뢰를 바탕으로 재배치 가설을 생성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 방식이 개발되어 왔다. 이는 전산적(computational) 접근법과 실험적(experimental) 접근법으로 세분될 수 있으며, 두 가지 방법이 점차 시너지를 가지고 사용되고 있다(Fig. 1). 또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약물 재배치는 이 두 가지 광범위한 영역에 포함된다.
전산적 접근법은 대체로 데이터 중심 분석과 동일한 개념이며, 여기에는 모든 유형의 데이터(유전자 발현, 화학 구조, 유전자형 또는 단백질 데이터 또는 전자의무기록 등)의 체계적인 분석이 포함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전산적 접근법의 종류로는 특성 매칭(signature matching), 분자 결합(molecular docking), 유전적 연관성(genetic association), 경로 매핑(pathway mapping), 후향적 임상자료 분석(retrospective clinical analysis) 등이 있다. 특성 매칭은 재배치 후보 약물의 전사체적(transcriptomic), 구조적(structural), 부작용 프로파일(adverse effect profile) 등을 다른 약물 또는 질병 형질과 비교하는 것이다. 특성 매칭을 통해 재배치된 대표적인 예가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에 항간질제인 topiramate를 적용시킨 것이다. Dudley 등[7]은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유전자 발현 옴니버스(Gene Expression Omnibus)에서 얻은 데이터에서 파생된 염증성 장질환의 유전자 발현 특성을 Connectivity Map에서 얻은 164개 약물의 유전자 발현 프로필과 비교했는데, topiramate가 prednisolone보다 치료 효능 예측을 위한 약물-질병 쌍에 대한 유전자 발현 특성 비교에서 더 높은 상관관계를 확인했으며, 실제 염증성 장질환 동물 모델에서 topiramate의 효과를 입증했다. 분자 결합은 리간드(ligand)에 해당되는 후보 약물과 치료 대상 질환의 표적 단백질 사이의 결합 부위 상보성(complementarity)을 구조 기반 분석법을 통해 예측하여 적용하는 것으로, 구충제인 mebendazole을 혈관내피성장수용체2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receptor 2)에 대한 길항제로 활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8]. Genome-wide association study라고도 불리는 유전자 연관성 분석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에 작동할 수 있는 잠재적인 약물을 선별하는 것으로서, Human Genome Project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방법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로 매핑은 network-wide association study라고도 불리며, 유전자, 단백질 또는 질병 데이터를 사용하는 네트워크 분석으로 약물 재배치 대상을 식별하는 방법이다. 후향적 임상자료 분석은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임상 시험 데이터 및 시판 후 감시 데이터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으로 약물 재배치에 활용하는 것인데,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sildenafil의 발기부전 치료제로서의 승인, aspirin의 대장암 치료제로의 활용, rituximab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적용 등 유명한 약물 재배치 예들이 이 방법을 통해 이뤄졌다[1].
실험적 접근법에는 표적 간 상호작용 확인을 위한 결합 분석(binding assays to identify target interactions)과 표현형 스크리닝(phenotypic screening)이 있다. 결합 분석법은 친화성 크로마토그래피(affinity chromatography)나 질량 분석법(mass spectrometry)과 같은 단백질 분석을 통해 기존 약물의 결합 상대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만성 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imatinib mesylate은 BCR-ABL 유전자 변이 특이적 억제제로 개발되었으나, 친화성 매트릭스 분석법을 통해 imatinib이 KIT 유전자 변이가 있는 위장관기질종(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에서도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종양 억제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 접근을 통해 확인하였고, 실제 임상에서 치료효과를 입증하였다[9,10]. 표현형 스크리닝은 in vitro 또는 in vivo 질병 모델을 활용하여 재배치 대상 약물의 고출력 표현형 스크리닝을 통해 적용 가능한 새로운 대상 질환을 발굴하는 것이다. 즉, in vitro 스크리닝은 암세포주 등에 여러 약물을 처리해보고 증식 억제 효과가 있는 약을 재배치 후보로 선정하며, in vivo 스크리닝은 제브라피쉬 등 특정 in vivo 질병 모델에서 마찬가지로 여러 재배치 후보 약물을 처리해서 효과가 있는 약을 선별하는 방법이다.
종양 치료를 위한 대표적 약물 재배치 사례
암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여 개발한 무수히 많은 항암 신약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암 정복을 위한 인류의 꿈은 요원한 상태이다. 한편, The Cancer Genome Atlas (TCGA) 등 무료 접근이 가능한 종양 유전자 정보의 폭발적인 증가와 다국적 제약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고처리량(high-throughput) 스크리닝 데이터의 점진적인 공개로 인해 계산기 내(in silico) 분석을 통한 항암 치료제 개발 분야의 약물 재배치가 더욱 편리해지고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Dana-Farber 소속 연구진들이 profiling relative inhibition simultaneously in mixtures (PRISM) 분자 바코드 방법을 사용하여 4518개의 재배치 약물 후보를 선정하여 24개 종양 유형의 578개 세포주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는데, 놀랍게도 많은 비항암 약물이 암 세포주 하위 집합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약물 중 일부를 통해 새로운 암 표적도 발견했다[11]. 상기 PRISM 약물 재배치 리소스(https://depmap.org/repurposing)는 무료로 확인이 가능하며, 암종별 활용이 가능한 비항암 약물을 모색해볼 수 있다. 아무쪼록, 이 단락에서는 현재까지 약물 재배치를 통해 종양 치료제로서 적용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약물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Table 1).
아스피린 및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
아스피린(acetyl salicylate)은 진통해열제 및 심혈관 질환 예방제로 널리 사용된 약물로서 특히 결장직장암(colorectal cancer)에서 치료 및 예방요법(chemoprevention) 가능성을 입증하는 상당한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12-14]. 아스피린의 항암 효과는 상피세포에서 프로스타글란딘 합성 및 대사 억제, Wnt-β-catenin 신호전달 억제, 혈소판의 불활성화 및 인체 면역반응 조절 등을 통해 설명된다[15]. 또한 아스피린은 종양연관대식세포(tumor associated macrophage)에 작용하여 종양 억제적인 대식세포 형질인 M1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를 억제함으로써 항암면역반응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어 최근의 항암면역치료 분야에 있어서도 유용한 보조 요법으로 각광받고 있다[16,17].
NSAIDs 또한 아스피린과 유사한 기전을 통해 항암 효과를 보이는 약물로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것은 cyclooxygenase-2에 대한 선택적 억제제인 celecoxib이다. Celecoxib은 다양한 고형암에서 표준치료와 함께 사용 시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없이 객관적 치료 반응률은 물론 여러 생존율 지표 측면에서 양호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확인되었다[18]. 하지만 최근 다른 체계적 고찰 문헌에서는 표준 항암요법과 함께 celecoxib 사용 시 유의한 환자 생존율 개선 효과는 없고 오히려 혈액학적인 독성과 위장관계 및 심혈관계 합병증만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19]. 더욱이 celecoxib이 aspirin과 함께 대장암의 선행 요인이 되는 대장 선종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효과적인 화학예방요법 약물로 주목을 받았으나, 임상시험에서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20,21]. 결론적으로, 아스피린과 NSAIDs는 기전적 측면에서 항암 효과가 입증되어 재배치 약물로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겠으나, 실제 환자에게 투여 시 인체 내 조건과 다양한 치료제들과의 병용 시 예기치 못한 부작용 등의 위험으로 인해 사용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베타 차단제(β-blocker)
베타 차단제는 교감신경의 베타 수용체를 차단하여 심근 수축력과 심장 박동수를 감소시키는 약물로 고혈압, 협심증, 부정맥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베타 차단제 또한 항암 효과가 실험에서 입증되었으며, 이러한 효과는 신생 혈관 형성 억제, 세포 증식 억제, 면역 반응 조절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매개되는 것으로 설명된다[22]. 유방암에서 특히 베타 차단제의 항암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전임상 및 임상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는데, 조기 유방암에서 진단 후 베타 차단제 병용 시 재발율을 낮추고 원격 전이를 억제하며 생존율 또한 개선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3-25]. 한편, 다양한 암종에서 총 24개의 관찰연구들을 종합한 한 체계적 고찰 문헌에 의하면, 암 진단 후 베타 차단제를 사용한 환자가 비사용자와 비교하여 모든 원인 사망률에 대한 위험비(hazard ratio, HR)가 0.89 (95% confidence interval [CI] 0.81-0.98)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베타 차단제의 진단 전 사용은 모든 원인 사망률 또는 암 관련 사망률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또한, 암 유형별로 계층화 했을 때 진단 후 베타 차단제를 사용한 유방암 환자만 전체 생존 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분석되었다[26]. 결국 지금까지 수행된 대부분의 연구가 관찰 연구여서 베타 차단제 사용과 항암 효과 사이의 인과 관계를 확립하기가 어려우며, 잘 설계된 전향적 무작위 비교대조연구가 바탕이 된 후에 암 치료에서 베타 차단제의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메트포르민
메트포르민은 전통적인 당뇨병 치료제로서 AMP-activated protein kinase의 활성화, 인슐린 생산 억제, 당 대사 조절 등을 통해 종양 대사 및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내 조건을 변화시켜 암 억제적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7]. 수많은 체계적 고찰 문헌들이 메트포르민 복용군이 비복용군에 비해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및 두경부암 등의 발병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키고 생존율을 개선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28-31]. 하지만 최근의 메트포르민을 암 표준치료제의 보조 요법으로 활용한 전향적 무작위 비교대조 연구에서는 약물의 이점을 입증하는데 실패하였다. 예를 들면,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는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을 동시 투여 시 대조군에 비해 독성만 증가하였고, 폐암 치료 효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32]. 또한, 당뇨병이 없는 유방암 환자에서 시행한 전향적 임상시험에서도 유방암 표준치료에 대해 메트포르민 병용 시 무병생존율(disease-free survival) 개선 효과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33]. 결국 이와 같은 연구 결과의 괴리는 메트포르민의 상이한 투약 시점, 용량, 기타 다양한 기저질환과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 후향적 관찰 연구에서의 통제되지 않은 교란변수들의 작용과 당뇨가 없는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의 항암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 등이 이유가 될 것이다.
스타틴
스타틴은 3-hydroxy-3-methyl-glutaryl-CoA reductase의 억제제로 지질 대사를 조절함으로써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스타틴 또한 잘 알려진 암 치료 목적의 재배치 약물이며, 암세포의 자멸사(apoptosis)나 페롭토시스(ferroptosis)를 유도하고, 자가포식(autophagy)과 관련된 기전을 조절하며, 종양 미세환경의 항종양성 형질로의 변화를 만드는 등의 과정으로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4]. 스타틴은 simvastatin이나 lovastatin 등의 친유성(lipophilic) 약물과 pravastatin이나 rosuvastatin과 같은 친수성(hydrophilic) 약물로 분류되는데, 주로 친유성 스타틴을 복용한 전립선암, 유방암, 담도암, 위암 등의 환자에서 비복용군에 비해 우월한 항 종양 효과가 임상적으로 확인되었다[35-38]. 하지만 상기 다른 약물들과 마찬가지로 전향적 무작위 비교대조 임상연구에서는 다양한 고형암에서 표준 치료법에 스타틴을 추가 투여 시 재발을 낮추거나 생존 개선에 있어 유의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였다[39-42]. 하지만 최근 직장암과 전립선암 관련 일부 전향적 연구들에서 스타틴 투여에 따른 부작용 감소 효과와 유의한 생존율 개선을 보고하고 있어 이들 연구에 대한 장기적 결과 확인과 메타 분석을 통해 스타틴의 약물 재배치 가능성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43-45].
두경부암에서 약물 재배치 결과와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들
앞서 다룬 잘 알려진 재배치 약물의 두경부암에서의 효과를 분석한 문헌도 여럿 보고되었다. 아스피린과 NSAIDs의 경우 최근 두 편의 체계적 고찰 연구에서 상반된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Saka-Herrán 등[46]은 17개의 문헌에 대한 체계적 고찰 시 NSAID 사용이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13% 감소시키고(OR 0.87, 95% CI 0.77-0.99) 암 특이 사망률은 30% 감소시키며 질병 재발 위험을 40%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반면, de la Cour 등 47) 은 10770명의 덴마크 두경부암 코호트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 후 NSAIDs 복용 여부와 두경부암 관련 사망률에 대해 분석하였는데, NSAIDs 복용군의 진단 후 1년째 사망률이 1.68배, 2년째는 1.15배(95% CI 1.02-1.29)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NSAIDs 사용이 오히려 두경부암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베타 차단제의 경우 우리나라 건강보험 자료를 통해 두경부암 발생 억제 효과를 확인하고자 하는 국내 연구가 있었는데, 연구진은 베타 차단제 복용 여부가 원발 부위에 관계없이 두경부암 발생률을 낮추지 못하며 약물 사용 기간 또한 두경부암 발병률과 관련이 없어 베타 차단제가 두경부암의 위험을 감소시키지 못한다고 보고하였다[48]. 심지어 최근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보고에서는 HNSCC 환자 682명 중 베타 차단제 복용군에서 치료 반응률의 감소(HR 2.47, 95% CI 1.14-5.38)는 물론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HR 1.67, 95% CI 1.06-2.62)과 무병생존율(HR 1.67, 95% CI 1.06-2.63) 모두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확인되었다[49]. 메트포르민의 두경부암 억제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 또한 이견이 많은데, 일부 체계적 고찰 문헌에서는 메트포르민이 HNSCC 발생을 억제하고 재발과 전이를 방지하며 생존율을 개선시킨다고 주장하였다[28,50]. 한편, Wang 등[51]은 7개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에서 메트포르민 사용과 두경부암의 더 나은 생존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저자가 단일기관에서 1151명의 두경부암 환자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메트포르민 사용이 메트포르민 비복용군 및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하여 두경부암의 발병, 이차원발암(second primary cancer) 발생 및 두경부암 특이 생존율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하였다[52]. 마지막으로, 스타틴의 경우 두경부암에서 임상 연구가 많지는 않은데, 한 체계적 고찰에서 스타틴이 두경부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항암 및 방사선 치료와 관련된 독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53]. 저자의 경우 선행항암요법을 받은 234명의 진행된 병기의 HNSCC 환자에서 스타틴 복용 여부에 따른 치료 반응과 생존에 관한 분석을 시행했었고, 치료 반응 정도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진 않았지만 전체 생존율의 향상을 확인하였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시스플라틴 항암제와 스타틴의 병용 시 치료 효과의 개선되고, 면역계에 대한 부작용은 줄이며 항 PD-1 (anti-programmed death receptor 1) 항체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스타틴의 항암면역치료제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였다[54]. 이는 최근 다른 연구진에 의해서도 스타틴이 항 PD-1 항체의 효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재확인되어 향후 임상에서 실제 활용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55].
Chai 등[56]은 HNSCC에 대한 재배치 약물 후보를 발견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PRISM 데이터에서 28개 HNSCC 세포주의 약물 반응 및 게놈 데이터를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418개의 표적치료제, 404개의 비항암 약물 및 64개의 항암치료제로 구성된 총 886개의 활성 화합물을 선정하여 재배치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표적치료제 중에서는 PI3K/AKT/mTOR, EGFR, HDAC 등을 억제하는 약물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고, 항암치료제 중에서는 topoisomerase 억제제(doxorubicin과 같은 anthracycline계 약물)와 tubulin polymerization 억제제(paclitaxel과 같은 taxane계 약물과 vinca alkaloid계 약물)가 가장 활성 효율이 높았으며, 비항암 약물 중에는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COX, 안드로겐 수용체 등에 대한 억제제가 재배치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기전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연구에서의 후보 물질들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기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즉, 암세포 외에 종양미세환경 내 다른 세포들에 미치는 영향, 실제 인체 내 투여 시 분포 및 치료 농도에 도달하기 위한 투여량 조절, 그리고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결과가 미지수이며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충분한 전임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재배치 약물이 단독 요법으로 활용되기에는 어려울 것이고, 기존 표준치료요법과의 병용 시 효능에 대한 근거 마련이 요구될 것이다.
2023년 6월 기준 현재 미국 임상시험처(ClinicalTrials.gov)에 등록되어 진행 중인 두경부암에서 약물 재배치를 활용한 임상시험들의 예들은 Table 2에 정리하였다. 항암면역치료의 유행에 따라 대부분 항 PD-1 항체 치료 시 조합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재배치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자 하는 연구들이고, 두경부암 외 적용되는 약물의 허가 외 투여를 통해 적응증 확장을 위한 것들도 있다. 향후 이 연구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결과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약물 재배치 연구의 한계와 해결 방안
약물 재배치는 개발 실패 위험이 낮고 약물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기회 비용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약물 개발 방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데이터와 제한된 자원, 한정된 연구 전문가와 비표준화 된 개발 방법, 그리고 연구 중개의 어려움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으며, 약물 재배치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데이터 분석을 위한 더 나은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 현재의 TCGA나 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End Results 데이터, 건강보험 자료 등의 개방된 빅데이터 시스템은 약물 재배치 가능성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나 데이터 접근 및 분석에는 여전히 병목 현상이 존재한다. 더 많은 ‘데이터 분석 비전문가’가 다룰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인 형식으로 다양한 유형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업계에서 생성된 전임상 및 임상 화합물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학술연구 목적으로 연구자가 접근할 수 있는 화합물의 수를 늘려야 하고, 관련된 프로세스는 특히 특허권이나 이해상충과 연관된 기업이 소유한 약물에 대해 연구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기업체가 주도하는 임상시험 데이터에 대한 더 많은 개방이 필요하다. 특히, 중단되거나 보류된 임상시험에 대한 결과를 개방함으로써 외부 연구자들은 데이터에서 재배치 기회를 열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재배치 약물의 새로운 안전성에 대한 부분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용도가 변경된 약물을 새로운 질환에 대해 적용 시 약물 상호 작용, 투여 일정과 용량의 차이 등의 결과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재배치 약물 연구 계획 수립을 위한 자금 조달 기회가 필요할 것이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이윤 창출 측면에서 약물 재배치가 투자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나 희귀질환 약물(orphan drug) 개발을 추진하는 단체에서 추진하는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한 새로운 자금원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물 재배치 연구를 장려하는 제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에는 약물 재배치 적응증에 대한 더 나은 데이터 독점 기간 보장, 제네릭 회사와의 상표권 계약 또는 재배치 연구에 관한 투자 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 마련 등이 있을 것이다.
결 론
두경부암은 다양한 분자병리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적절한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것이 어렵고, 질환의 희소성에 따른 대규모 자본 투자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신약 개발이 어려운 분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약물 재배치는 개발 실패 위험이 낮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기회 비용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유용한 두경부암 치료 방법이 될 것이다. 두경부암에 대해 다양한 비항암 약물을 재배치 시도한 선행 연구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들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암종 치료에 사용 중인 약물들을 두경부암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임상 시험들도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기에 이에 대한 최종 결과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데이터와 개발 자원 및 연구 중개의 어려움 등이 존재하기에 약물 재배치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 향후 다방면의 보완과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i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grant funded by the Ministry of Science and ICT (RS2023-00208625)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