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이소성 갑상선(ectopic thyroid)은 정상 갑상선의 위치(orthotopic site)와 다른 부위에서 기능성의 갑상선 조직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며, 혀의 맹공(foramen cecum)에서 만들어진 갑상선이 정상 위치로 하강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1]. 이소성 갑상선은 어느 부위에서나 생길 수 있으나, 대부분은 갑상선의 하강 경로에서 발견된다[2]. 드물게 이소성 갑상선이 기관, 종격동, 심장, 혹은 식도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3]. 갑상선 이동의 완전 부전의 경우 이소성 갑상선이 설근부(base of tongue)나 설갑상선(lingual thyroid)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부분 장애의 경우는 설하부(sublingual area)나 후두 전방(prelaryngeal area)에 위치하게 된다. 과도한 이동에서는 설골 하방(substernal area)에서 이소성 갑상선을 확인할 수 있다[4,5].
따라서 이러한 발생 기전을 고려했을 때 측경부에서 이소성 갑상선이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제 측경부의 이소성 갑상선은 국내 문헌에서는 1예가 보고되었으며[6], 문헌고찰을 통해 확인했을 때 국외에서의 보고도 12예로 매우 적다. 측경부 경부 림프절 내에 상당한 양의 갑상선 조직이 확인된다면, 반드시 갑상선의 작고 분화도가 좋은 암종의 전이를 의심해야 한다[7,8].
저자들은 갑상선 결절에 대한 추적 초음파 검사 중 경동맥 공간(carotid space)에서 새로이 확인된 종물에 대해 수술적 절제를 통해 이소성 갑상선으로 진단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0세 여자 환자가 본원 내분비 내과에서 시행한 경부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된 우측 경동맥 공간의 종물에 대해 본과 협진 의뢰되었다. 환자는 통증이나 애성, 전신 피로감 등의 증상은 없었으며, 최근 1년간 체중 변화도 없었다. 5년 전 경부 초음파 검사에서 갑상선이 전반적으로 커져 있으며 갑상선 우엽의 아래쪽 부위에 1.8×2.6×2.7 cm의 크기로 거대 석회화를 동반하며 경계가 분명한 Korean T hyroid Imaging Reporting and Data System(K-TIRADS) 3의 동일 에코성 결절이 확인되어 초음파 유도 세침 흡인 검사를 시행했으며 Bethesda system category II의 양성 결절로 확인되었다(Fig. 1A). 이후로 추적 관찰은 이루어지지 않다가 환자가 진료를 원해 다시 내원한 상태였다. 그 외에는 과거력과 가족력에서 특이 사항은 없었다. 약물 병력이나 방사선 조사 병력도 없었다.
경부 진찰에서 전경부는 전반적으로 경미한 종대 소견이 있었고 우측 level IV 부위에 압통이 없고 고정되지 않은 약 1.0 cm 크기의 단단한 종물이 만져졌다. 후두 내시경 소견에서 성대 마비 소견은 없었다. 일반 혈액 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으며, 갑상선 기능 검사는 T 3 1.23 n g/mL, f ree T4 1.35 μg/mL, TSH 1.710 μIU/mL로 정상이었다. 내분비 내과에서 시행한 추적 초음파 검사에서 이전에 확인되었던 갑상선 우엽의 결절은 크기가 2.6×2.6×3.2 cm로 의미 있게 증가하였으며 내측에 거대 석회화를 동반한 동일 에코성 결절 소견은 동일하였다(K-TIRADS 3). 결절의 외측으로 level IV 부위 경동맥 공간에 0.8×1.1 cm 크기의 경계가 분명한 갑상선과 동일한 에코성의 병변이 새롭게 확인되었다(Fig. 1B-D). 갑상선의 결절은 낮은 의심(low suspicion) 소견을 보이나 그 크기가 의미 있게 증가하였고 갑상선 외측에 새롭게 생긴 연부 조직이 확인되었으므로, 경부 림프절 전이가 동반된 갑상선암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으며, 측경부에 위치한 종물은 신경원성 종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갑상선 결절 및 측경부 병변에 대해 초음파 유도 세침 흡인 검사를 다시 시행하였으며, 갑상선 결절의 경우에는 이전과 동일한 Bethesda system category II의 양성 결절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경동맥 공간의 종물은 세침 흡인 검사 결과에서 Bethesda system category I으로 확인되었으며, 경동맥과 경정맥이 바로 옆에 위치하여 초음파 유도 총 생검(gun biopsy)은 시행하지 못하였다. 추가로 시행한 경부 전산화단층촬영(CT)에서 초음파에서 확인된 우측 갑상선엽의 결절과 함께 우측 level IV에 0.8×1.5 cm 크기로, 조영 전 영상에서 전반적으로 80 HU으로 높은 intensity를 보이나 일부 낮은 intensity를 보이는 부분이 있으며 조영 증강이 잘 되는 타원형의 종물이 확인되었다(Fig. 2). 그 외에는 다른 림프절 비대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새롭게 생긴 측경부 종물에 대한 걱정이 많아서, 간격을 두고 초음파 유도 세침 흡인 검사를 반복하기보다는 바로 절제술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갑상선 우엽의 결절은 반복해서 시행한 세침 흡인 검사에서 양성 결절로 확인되었으므로, 우선 우측 경동맥 공간의 종물에 대해서만 절제술 및 병리조직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갑상선에 대한 수술 여부를 결정키로 하였다. 측경부 종물과 갑상선 우엽 절제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은 환자가 원하지 않았다. 전신마취하에 흉골절흔(sternal notch)보다 2 cm 상방에서 수평으로 피부 절개와 광경근(platysma muscle) 하 피부 피판을 들어올려 흉쇄유돌근을 충분히 노출시킨 후, 흉쇄유돌근의 내측을 박리하여 후외측으로 견인하면서 경동맥 공간으로 접근하였다. 경동맥과 경정맥 사이에서 피막에 둘러싸여 있고 선홍색을 띠고 있는 둥근 모양의 종괴를 확인하였으며(Fig. 3), 주변 조직과의 유착이나 피막 표면의 출혈이 없어 쉽게 제거될 수 있었다.
병리조직 소견에서 정상 갑상선 조직만 확인되었으며, 림프 조직이나 악성 세포는 보이지 않았다(Fig. 4). 따라서 우측 경동맥 공간에서 확인된 종괴는 이소성 갑상선으로 진단하였으며, 우측 갑상선 결절에 대해서는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매년 초음파 추적을 시행키로 하였다. 수술 1년 후 추적관찰에서 환자는 무증상으로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 소견은 없으며, 추적 초음파 검사 소견에서 갑상선 우엽의 결절은 이전과 동일한 소견을 확인하였다.
고 찰
갑상선은 혀의 성곽 유두(circumvallate papillae)에 의해 형성되는 V자 형태의 능선의 꼭짓점에 위치하는 맹공(foramen cecum)에 위치한 1개의 중앙 원기(medial anlage)와 2개의 외측 원기(lateral anlage)에서 형성되며, 중앙 원기가 정중선에서 융합하여 만들어진다[9]. 임신 4주 째에서 제1 인두낭과 제2 인두낭의 중앙 원기에서 맹공의 복측에 게실이 형성되며, 임신 7주에 갑상선이 갑상설관으로 알려진 좁은 길로 이어져 내려가 정상 위치에 자리 잡을 때까지 혀와 갑상선 조직 사이를 이어주게 된다[6]. 대개 갑상선이 하강하는 경로는 설골(hyoid bone)의 전방에서 이루어지지만, 설골의 후방을 지나거나 설골을 관통해서 기관륜(tracheal ring)의 상부 전방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로는 임신 10주에 보통 퇴화되는데, 경로의 일부가 남아 갑상선의 피라미드엽(pyramidal lobe)이나 갑상설관 낭종(thyroglossal duct cyst)의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다[10,11].
이소성 갑상선은 이러한 발생 과정에 장애가 생겨 정상 위치에 있어야 할 갑상선이 다른 부위에서 발견이 되는 질환을 말하며 90% 정도가 설근부에서 호발하고[5] 갑상설관 낭종 내에 이소성 갑상선 조직이 존재하는 경우가 두 번째로 흔하다[12]. 일부 이소성 갑상선이 정상 갑상선의 기능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나, 1/3의 경우에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임상 양상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13].
갑상설관 낭종과 관련된 정중앙에 위치하지 않은 이소성 갑상선은 측경부의 림프 조직에 갑상선 암종이 전이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4]. 정상 갑상선 내에는 명확한 병변이 없으면서 이소성 갑상선에서 유두성 갑상선암(papillary thyroid carcinoma)이 확인되는 경우도 보고된 바 있다[8]. 악성 종양과 무관한 경우에는 embryonic rest나 parasitic nodule 혹은 exophytic nodule을 고려해 볼 수 있다[15,16]. Embryonic rest는 측경부의 림프절뿐만 아니라 후두, 대동맥궁(aortic arch), 심장 근처에 위치할 수 있으며, 외측 원기가 정중선에서 융합하여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긴 발생학적 이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mbryonic rest는 잘 분화된 갑상선암의 경부 전이를 감별하기 위해 작고, 소수의 갑상선 여포(thryoid follicle)만을 포함하며, 세포핵에서 유두성 갑상선암의 소견을 보이지 않으며, 반드시 림프절의 피막 부위에 존재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진단을 내리게 된다. 림프절 내에 위치하지 않는 갑상선 조직은 정상 갑상선의 표면에서 갑상선 결절성 질환의 진행을 통해 측경부나 상부 종격동에 발생할 수 있으며, exophytic nodule은 갑상선 표면의 결절이 점차적으로 증가하다가 정상 갑상선과 분리되어 떨어져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arasitic nodule은 이전 갑상선 수술 과정에서 작은 갑상선 조직이 주변 연부 조직에 이식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증례는 갑상선 결절에 대한 추적 초음파 검사에서 이전 검사에서는 보이지 않던 종괴가 새롭게 확인된 경우로, 갑상선 결절에 대해 반복하여 시행한 세침 흡인 검사에서 양성 결절로 확인되었지만 갑상선암의 경부 전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경우였다. 다만 본 증례의 경우처럼 추적 초음파 검사에서 갑상선 결절이 의미 있는 크기 증가를 보이더라도 저에코성이 아니고 결절 내부에 미세 석회화(microcalcification), 앞뒤로 긴 모양(nonparallel orientation), 경계가 분명하면서 침상인 경우(spiculated/microlobulated margin)와 같은 소견이 동반되어 있지 않다면 양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17]. 따라서 본 증례에서는 갑상선은 보존하면서, 우측 측경부에 새롭게 발견된 종물에 대해서만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절제술을 통해 얻은 조직에서는 정상 갑상선 조직 외에 림프 조직이나 악성 세포는 확인되지 않았다. 새롭게 생긴 병변이지만 정상 갑상선 조직이 정상 위치의 갑상선 피막 외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넓은 의미에서 이소성 갑상선으로 진단할 수 있겠으며, 병변 내부에 림프 조직을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환자가 동측에 갑상선 결절을 가지고 있어 exophytic nodule로 판단하였다.
Exophytic nodule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으며, 갑상선 결절에 대한 경부 전산화단층촬영 영상 소견을 분석한 연구에서 악성 종양의 6.0%, 양성 결절의 2.2%에서 exophytic nodule을 확인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18]. Dellal 등[15]은 exophytic nodule은 갑상선 내 결절에 비해 악성으로 확인되는 빈도가 유의하게 높다고 하였으며,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초음파 유도 세침 흡인 검사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더 많았다고 보고하였다. 악성 종양이 exophytic nodule에서 기원할 경우 종양의 활성도나 예후가 갑상선 내 결절 기원 종양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Choi와 Kim [19]은 좌측 갑상선엽에서 발생한 유두성 갑상선암에서 동측 level II와 level III에 각각 3×3 cm와 4×4 cm으로 내부가 균질하지 않아 전이성 림프절 병증으로 의심되는 종괴를 확인하여 갑상선 전 절제술과 함께 좌측에 변형된 경부 청소술을 시행하였으나, 측경부의 두 종물은 전이암이 아닌 이소성 갑상선으로 확인되었던 증례를 보고하였다. 이처럼 갑상설관 낭종과 동반되지 않은 측경부의 이소성 갑상선은 악성 종양으로 오인되어 불필요한 수술을 시행하거나, 수술의 범위가 커져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겠다. 특히 본 증례처럼 이소성 갑상선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초음파 유도 세침 흡인 검사나 총 생검이 어려울 경우에는 진단과 치료 계획을 정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소성 갑상선은 갑상선의 발생과 하강의 과정에서 태생학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갑상선 피막 외부에 정상 갑상선과 떨어져 존재하는 갑상선 조직도 넓은 의미에서 이소성 갑상선으로 판단할 수 있겠다. 악성이 의심되는 갑상선 결절에 대한 추적 초음파 검사 중 새로운 종괴가 확인될 경우에는 전이성 종양을 의심하게 되는데, 본 증례처럼 이소성 갑상선 조직이 전이암으로 오인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겠다. 다만 갑상선암이 주변으로 전이될 때, 이러한 exophytic nodule의 형성과 유사한 과정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