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표피 낭종(epidermal cyst)은 표피나 모낭 상피에서 기원하는 양성 종양으로 주로 안면부, 두피, 경부와 같이 피지선이 발달한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1]. 표피 낭종은 피부 부속기나 샘이 없는 케라틴 층상 편평상피세포(keratinized squamous epithelium)로 되어 있고 귀 주위에서는 이수의 후면, 유양돌기의 피부, 연골성 외이도의 하측이나 후측 피부에 주로 발생하지만, 외이도 골부에서 발생하는 표피 낭종은 매우 드물게 알려져 있다[2-5]. 저자들은 우측의 출혈성 이루를 주소로 타 병원을 경유하여 내원한 82세 남자 환자에서 외이도 골부의 종괴 소견에 대해 악성 종양 감별을 위해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최종적으로 표피 낭종으로 진단된 매우 드문 증례를 치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82세 남자 환자가 내원 1개월 전 발생한 우측 귀의 출혈성 이루를 주소로 타 병원을 경유하여 본원 이비인후과에 내원하였다. 타 병원에서 우측 외이도의 폴립양상의 종괴 소견에 대해 펀치생검을 시행하였고, 조직검사에서 괴사를 동반한 만성염증 결과가 나왔다. 타 병원에서 임상적 소견 상 외이도 악성 종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 검사로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을 시행하였고, 외이도 골부 전벽에 0.5×0.5 cm 크기의 종괴가 관찰되고 골부의 미란 소견 확인되었으나 중이 내 침범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후 본원으로 전원 되었고, 문진 상 환자는 간헐적인 우측 외이의 출혈성 이루 외에 청력 저하, 이통 및 외이의 감각이상 등 귀와 관련된 다른 특이 증상은 없었다. 과거력 상 당뇨, 고혈압 및 허혈성 심질환 등이 있었고, 이과 수술 및 이과 관련 질환 등의 특이 과거력은 없었다.
내원 시 이학적 소견 상 우측 외이도는 외이도의 전벽에서 기원하고 종창 및 발적을 동반하는 표면이 부드러운 양상의 0.3×0.3 cm 크기의 종괴가 관찰되었고, 반대측 외이도와 고막은 특이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Fig. 1A). 우측 외이도 종괴의 원발 부위와 중이 및 내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 및 측두골 자기공명영상검사를 시행하였다.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 소견 상 우측 골부 외이도에 골조직의 미란을 동반하는 0.3×0.3 cm 크기의 연부조직 음영이 관찰되었으나 측두골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는 같은 위치의 병변이 명확하게 구별되지는 않았다(Fig. 1B and C).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본원에서 펀치생검을 다시 시행하였고, 최종 조직검사에서 표피 낭종으로 확인되었다. 외이도 골부에 발생한 표피 낭종에 대해서 종괴적출술을 계획하였으나 환자 개인 사정으로 수술 시기가 지체되었고, 환자는 2개월 뒤 고막이 거의 관찰되지 않을 정도로 외이도의 종괴가 커진 상태로 재내원 하였다(Fig. 2). 조영증강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을 시행하고 종괴의 범위를 재평가한 후(Fig. 3) 우측 외이도의 종괴적출술을 시행하였다. 외이도 골 파괴 부위를 재건에 필요한 유양돌기 피질골의 채취와 종괴의 완전절제를 위한 수술 시야 확보를 위해 후이개 절개법으로 접근하였다. 종괴 주위에 절개를 가한 후 조심스럽게 박리하여 일부 주변 조직을 포함하여 종괴를 완전 절제하였다. 종괴는 피막에 잘 싸여진 채 파열 없이 성공적으로 적출되었다. 외이도 골부의 0.9×0.8 cm 크기의 골 파괴 부위는 유양돌기의 피질 골편과 측두근막을 이용하여 외이도 전벽을 재건하였다. 유양돌기 피질 골편을 채취하여 다이아몬드 드릴로 골편의 크기를 조절하여 골벽 결손 부위에 맞게 위치시켰다. 이후 피질 골편 위로 측두근막을 덮고, 거상하였던 고막 외이도 피판을 재위치 시켰다.
고 찰
표피 낭종은 서서히 자라는 양성 종양이며 발생학적으로 표피의 일부가 남거나 피지샘의 폐쇄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수술 및 외상으로 인한 표피 세포의 이식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1,3]. 본 증례의 환자는 나이 인자 등을 고려해 볼 때, 발생학적 이상에 의한 이유보다는 간간이 귀이개 사용으로 인한 외상과 그로 인한 표피 세포의 이식으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표피 낭종은 피부의 모낭 피질의 염증 및 진피 또는 피하조직 내에서 표피 세포의 증식에 의해 유발되는 흔한 양성 질환이다. 외이도 골부는 연골부에 비하여 피부의 두께가 0.2 mm로 매우 얇고 모낭, 피지선 및 피부 부속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외이도 골부에서 표피 낭종의 발생은 극히 드물다[6,7].
주로 단발성 및 무통성 병변으로 서서히 자라고 임상 증상은 대개 크기가 커질 때까지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3]. 진단이나 치료 전까지 기간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나타날 수 있으며, 약 1~5 cm까지 성장할 수 있다[4]. 크기가 커지면 전음성 난청이나 외이도 폐쇄로 인한 이충만감, 외이도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3]. 주로 천천히 자라지만 갑자기 크기가 증가되기도 하고, 때때로 낭종 벽이 파열되어 피하조직으로의 염증 및 미용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7]. 합병증으로 농양 형성, 출혈 및 악성화 등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8]. 표피 낭종의 악성화 전환은 0.045% 미만으로 가능성은 낮지만[9], 본 증례와 같이 크기가 갑작스럽게 커지거나 염증이 동반된 경우에 악성 종양을 감별하기 위해 조직학적 검사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외이도 종물의 감별 질환으로는 진주종, 혈관종, 표피 낭종, 지방종, 호산구성 육아종 및 신경종양 등과 같은 연조직 종양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은 육안상 표면에 특이 소견이 없고 부드러운 종물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과 같은 영상검사와 조직검사를 고려해야 한다[4]. 그중에서도 진주종은 임상적, 영상학적 및 병리조직학적 양상이 표피 낭종과 유사하고, 표피 낭종에서는 진주종과 달리 골 미란이 드물기 때문에 본 증례와 같이 골 미란이 동반된 경우 감별이 더 어렵다[4]. 하지만 외이도 진주종은 온전한 기저막과 함께 과증식 된 상피 조직 및 염증세포의 축적, 괴사된 각질전으로 덮여있는 표면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외이도 표피 낭종은 케라틴을 포함한 진피 내 혹은 피하 종양으로 피부의 과증식이나 각질전은 발견되지 않는다[4]. 또한, 진주종은 파골세포의 골 재흡수와 만성 염증을 통해 골을 파괴하는 반면, 표피 낭종은 표피의 깊은 부위로 성장하며 주위 조직을 압박하여 골 괴사에 의한 골 미란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5,7,8].
표피 낭종의 치료는 완전 절제이다. 전산화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은 낭종의 성상에 대한 정보와 정확한 위치 및 주변 조직과의 관계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대개 긴급한 수술을 요하진 않지만 Suzuki 등[4]은 표피 낭종이 중이와 근접해 있는 경우 피막이 파열되거나 감염이 발생하면 염증이 중이를 침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에 조직검사 결과 확인 후 바로 종괴적출술을 계획하였으나 환자 개인 사정으로 2개월의 치료중단 시기가 있었고, 갑자기 표피 낭종이 커진 상태로 재내원하였기 때문에 외이도 골부의 파괴 부위도 더 커졌었다. 따라서 진단이 되면 수술을 늦추지 말고 조기에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수술 과정 중 불완전한 절제로 잔존 부위가 남게 되면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술 전 정확한 영상학적 평가와 표피 낭종과 피막의 완전 절제가 장기간 좋은 예후를 위해 필수적이다[2,4]. 국외에서 보고된 표피 낭종에 대한 3개의 증례에서 1예에서 경이도로 접근하였으며, 2예에서 후이개로 접근하였다[2-4]. 본 증례에서는 완전 절제를 위한 충분한 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후이개로 접근하여 표피 낭종을 제거하였다. 술 전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에서 확인된 골부의 결손 부분을 재건하기 위해 유양돌기 피질골을 채취하였고, 후이개 접근방법으로 쉽고 충분하게 얻을 수 있었다.
본 증례는 외이도 골부에서 발생한 표피 낭종에 대해 완전 절제를 통해 현재까지 재발 소견이 없는 증례로서, 출혈성 이루를 동반한 외이도의 종물에 대해 외이도의 악성 종양과 진주종 가능성 이외에 매우 드물지만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 표피 낭종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함을 상기시키는 증례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