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저자:우훈영, 139-701 서울 노원구 상계7동 761-1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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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일반적으로 뇌간(brainstem) 병변에 의한 뇌신경 마비는 반대 측의 반신 부전 마비, 반신 감각이상, 동측 또는 반대측의 운동실조와 같은 장경로 징후(long tract sign)와 동반되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또한 많은 혈관성 뇌간 병변들이 열공경색증(lacunar infarct) 등의 예에서 뇌신경 마비 없이 장경로 징후만을 보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1) 반면 장경로 징후 없이 단독으로 뇌신경 마비의 증상만 보이는 예가 간간히 보고되고 있으며 최근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대부분 뇌교(pons) 또는 중뇌(midbrain)의 경색으로 인한 동안신경 마비나 외전신경 마비 단독으로 오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2)3)4)5) 반면, 안면신경 마비 또는 돌발성 난청, 전정와우신경 마비가 다른 신경학적 증상 없이 나타나는 예는 매우 드물고6)7)8) 이 세 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는 보고된 바 없다.
저자들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 없이 안면신경 마비, 돌발성 난청, 현훈의 말초신경 증상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의 자기공명영상에서 뇌교 부위 경색으로 판명된 1예를 치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0세 남자 환자로 내원 15일 전부터 우측에 이명이 있었고 내원 7일 전 우측 안면 마비 증상을 보여 한방에서 침술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었고, 내원
4~5일 전 우측 안면 마비 증상이 심해지면서 우측 청력 소실 및 어지러움 증상을 보여 2001년 9월 3일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5년 전과 2년 전에 각각 한 차례씩 뇌경색으로 우측 반신 마비 상태에서 완전히 회복한 병력이 있었으며 이학적 검사에서는 양측 고막은 정상이었고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사지 운동이나 감각 기능의 장애는 없었으나 이마의 주름 잡히지 않으며 우안이 최대 노력 시에서 감기지 않는 House-Brackmann Grade IV의 우측 안면신경 마비 증상과 우측을 바라볼 때 2 Hz의 우향 주시유발 안진이, 좌측을 바라볼 때 2 Hz의 좌향 주시유발 안진이 관찰되었다. 내이도 병변으로 생각하였으며 심한 어지러움으로 입원하였다. 입원 1일째 시행한 순음청력 검사상 우측 전농(Fig. 1A), 좌측 골전도, 기도전도 11.7 dB HL를 나타내었고 일과성 음유발 이음향방사(transiently evoked otoacoustic emissions) 검사상 우측 88%, 좌측 95%의 reproducibility의 정상 소견을 나타내었으며 청성뇌간반응(auditory brainstem response) 검사 상에는 우측 파형은 관찰되지 않았고 좌측은 30 dB의 역치를 보였다. 역시 입원 1일째-안면신경 마비 9일째-시행한 신경전도 검사(electroneurography)상 우측이 좌측에 비해 60%가 손상되어 있음을 관찰하였다. 측두부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한 결과 우측 뇌교 부위에 T2 강조 영상에서 고신호 강도로, T1 강조 영상에서는 저신호 강도로 보이며 gadolinum에 조영증강되지 않는 둥근 병변이 관찰되었고(Fig. 2A) 급성 혹은 아급성의 경색으로 생각되었으나 혈관조영술상 정상 소견을 보였다. 신경과 협진 소견상 허혈성 병변 및 종양의 가능성 등에 대해 검사를 권유하였다. 입원 2일째 시행한 전정기능 검사상
3~6°/sec의 좌향 자발안진이 보였고 이는 시고정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주시 안진 검사상 좌측 주시시 4°/sec의 안진이, 우측 주시 시에는 안진이 관찰되지 않았다. 무작위 단속운동 검사(random saccade)에서는 평균 정확도 77%의 undershoot 소견을 보였으며 시추적 검사(smooth pursuit)에서는 좌향 주시시 톱니바퀴형 시추적 운동을 보였고(Fig. 3) 이는 자발 안진에 의한 것으로 사료되며 이외는 정상 소견을 보였다. 정현파회전검사(slow harmony acceleration, SHA)의 전정안반사(vestibuloocular reflex, VOR)에서는 저주파수에서 이득 감소와 위상차 선행을 보였고 모든 주파수에서 우측으로 비대칭 소견을 보였다(Fig. 4). 계단형 속도검사(velocity step test)에서는 slow cumulative eye position(SCEP)과 시간 상수(time constant)가 좌측으로 67% 방향 우위성을 보였다(Fig. 5A). 입원 5일째 심혈관계 병변을 확인하기 위한 심초음파 및 antithrombin III, protein S, C 등에서는 모두 정상 소견을 보였다.
환자는 이비인후과 입원 후 말초성의 안면 마비가 의심되어 prednisolone(50 mg, 5일) 복용 후 감량하였으며 입원 8일째 뇌간 경색으로 확진되어 신경과로 전과 후 acetylsalicylic acid(200 mg)를 투여하면서 11일째 퇴원하였다. 이후 25일째 추적관찰에서 안면 마비 증상은 House-Brackmann grade III로 호전된 모습을 보였으며 58일째 추적관찰에서는 이명, 안진 등이 모두 소실된 모습으로 전정기능 검사 상에서도 우측 전정기능 장애가 이전보다 호전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측두부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여전히 우측의 뇌교부 경색 소견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였다(Fig. 2B). 이후 86일째 경과 관찰에서는 안면신경 마비증상이 완전히 소실된 모습이었고 170일째 경과 관찰시 시행한 순음청력 검사상 우측 골전도/기도전도 11.7/15 dB HL, 좌측 골전도/기도전도 6.7/6.7 dB HL의 정상 소견을 보였다(Fig. 1B). 증상의 호전으로 인해 추가적인 검사는 환자가 원치 않아 시행치 않았으며 퇴원 후 신경과 외래로 5개월 동안 다니며 지속적으로 acetylsalicylic acid 200 mg을 복용하였다.
고 찰
뇌교, 중뇌, 연수로 이루어지는 뇌간은 소뇌와 함께 후뇌를 형성하고 이러한 뇌간의 경색은 혈전, 미소색전, 동맥경화증 등에 의한 혈관 장애로 생기며 증상으로는 반신부전 마비, 구음장애, 연하곤란, 복시, 안구운동 장애, 안구진탕, 운동 실조증, 감각이상 그리고 어지러움 등의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뇌간 경색은 증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축내 뇌신경절(intra-axial cranial nerve segment)과 장경로를 병변으로 하는 경색(the‘classic’ ischemic brainstem syndrome), 둘째, 축내 뇌신경절(intra-axial cranial nerve segment)은 보존되고 장경로만을 침범하는 경색(the lacunar brainstem syndrome), 셋째, 장경로는 보존되고 축내 뇌신경절(intra-axial cranial segment)만을 침범하는 경색(the cranial nerve brainstem syndrome)으로 분류할 수 있다.9) 대부분의 뇌간 경색은 첫 번째의 경우로 뇌신경 마비와 반대측 장경로 침범 증세를 나타낸다.10) 세 번째의 축내 뇌신경절(intra-axial cranial segment)만 침범하는 국한된 뇌신경 마비(isolated cranial nerve palsy)는 이론상 아주 국한된 혈관의 경색으로 주위 조직의 손상이 없어야 한다. 안면신경, 와우, 청신경, 와우 신경핵 및 뇌간의 청신경로로의 혈행은 전하소뇌동맥이 담당하며 이 혈관의 완전 경색은 어지러움, 운동 실조증,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 청력 소실이 가능하다.11) 전하소뇌동맥만의 경색은 전체 급성 뇌경색의 1% 이하로 매우 드물고11) 뇌간 혈관분포의 많은 변형과 풍부한 측부 혈관분포는 일정하지 않은 임상 증상을 보이게 한다.9) 전하소뇌동맥의 혈전에 의한 뇌신경 마비는 주로 3번, 6번 신경에서 흔하고 4번, 5번, 7번, 8번 신경은 드물지만 경색 혹은 출혈 등의 뇌간 병변에서 최근 그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이중 6번의 신경 마비 없이 7번과 8번 신경에 단독으로 증상이 나타날 경우는 본예가 최초이다.
본 증례에서는 주시유발 안진의 방향이 반대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중추성 병변을 고려할 수 있었지만 장경로 증상이 없었고 일반적인 Bell씨 마비와 현훈을 동반한 돌발성 난청과 차이점이 없었으나 병인은 중추성 병변에 의한 것이라 생각되는 점은 다음과 같다.
T1 강조 영상에서는 저음영으로 T2 강조 영상에서는 고음영의 둥근 병변이 중간소뇌다리의 등쪽 외측 부분에 있는 것으로 뇌교 관통 동맥(pontine perforating artery)의 병변으로 인한 경색임을 판단할 수 있었고 전기 안진 검사상 무작위 단속운동 검사상 undershoot 소견을 보여 중추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발 안진 검사, 주시 안진 검사, 시추적 검사, 그리고 회전운동 검사에서는 말초성 전정신경염으로 생각되는 소견만 관찰되고 중추성 병변을 의심할 만한 이상 소견은 관찰할 수 없었고 청성뇌간유발 반응검사에서도 환측의 반응(response)이 없어 잠복기(latency)를 비교할 수 없었다. 다만 전정기능검사를 내원 2일 후에 시행하였기 때문에 만약 내원 직후 시행하였다면 이학적 검사에서처럼 주시 안진 검사에서 방향 전환성의 중추성 병변을 의심할 안진 등을 관찰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치료로는 항응고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면서 환자의 증상에 따라 재활치료 및 연하장애로 식사 불가능시 비위관을 통해 식사하는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결론적으로 뇌경색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안면신경 마비, 급성 난청, 현훈 등은 일반적으로 안면 감각 이상, 반신 부전 마비 및 체간 감각 이상, 운동실조 등 국소 뇌간 징후를 동반하므로 반드시 국소 뇌간 징후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본 증례에서와 같이 국소 뇌간 징후 없이도 안면신경 마비나 급성 난청 및 현훈만을 증상으로 뇌경색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중추성 병변을 감별하여야 하므로 자기공명영상의 시행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40세 남자에서 안면신경 마비와 돌발성 난청, 현훈을 동반한 환자에서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한 결과 급성 또는 아급성 뇌교 경색으로 확진된 드문 증례를 치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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