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저자:김리석, 602-715 부산광역시 서구 동대신동 3가 1번지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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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청각신경병증(auditory neuropathy)은 소리자극에 대해 청신경섬유에서 발생하는 활동전위의 동시성(synchrony)에 장애가 발생하여 유발되는 난청 질환으로서 임상적으로는 이음향방사나 cochlear microphonic(CM)은 나타나지만 청성뇌간반응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1,2,3,4) Auditory neuropathy라는 병명은 1996년 Starr 등에 의해 처음 사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3) 최근에는 auditory neuropathy/auditory dyssynchrony(AN/AD)라는 병명도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다.5) 이는 청신경 자체의 병변 없이 내유모세포에 국한된 병변으로 본 질환이 발생할 경우 기존의 neuropathy라는 병명은 부적절하고, 본 질환의 가장 주요한 병태생리가 neural discharge의 dyssynchrony로 인한 temporal processing ability의 손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5)
본 질환은 병변의 위치, 검사 소견, 임상 증상, 질환의 경과 등 많은 부분에 있어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병변의 위치는 내유모세포, 신경접합부, 축삭돌기, 나선 신경절 세포, 그리고 청신경섬유에 이르는 청각전달로의 어느 한 부분 혹은 여러 부위일 수 있다. 발병 시기는 10세 이전, 특히 2세 이하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나 출생 시부터 60세 까지 어느 시기에나 나타날 수 있다. 순음청력역치는 정상에서 고도 난청까지 다양하며 시간 경과에 따라 다양한 경과를 취할 수 있다. 청각신경병증 환자 중에는 청각전달로 이외의 다른 부위에 말초신경병증을 동반한 경우도 있다.1,2,3,4)
청각신경병증은 유소아 감각신경성 난청의 약 10~15%를 차지할 정도로 비교적 높은 유병률6,7)을 보이는 질환으로 임상에서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본 질환의 다양한 임상 양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한 보고가 드물고, 국내에도 이러한 보고는 없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저자들이 경험한 18예의 청각신경병증 아동의 임상 양상, 검사 소견, 그리고 치료 결과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대 상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본원 난청클리닉을 방문한 소아 난청환자 중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되었던 18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의무기록을 분석하였다. 이음향방사나 CM은 나타나지만 청성뇌간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하였고, 후미로성 병변의 존재를 배제하기 위해 내이도 자기공명영상검사를 시행하였다. 말초신경병증의 동반 여부와 전정신경의 침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학적 검사와 전정기능검사를 시행하였다.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저출력의 보청기나 FM system을 사용하게 하였으며, 지속적인 재활치료에도 말-언어 발달에 진전이 없는 경우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하였다.
방 법
환자의 연령과 성별의 분포, 청력검사, 신경학적 검사, 전정기능검사, 방사선학적 검사를 포함한 다양한 검사 소견, 그리고 일부 환자에게 시행된 인공와우이식의 결과를 분석하였다.
결 과
대상 환자
대상 환자의 진단 시 연령은 4개월에서 5세 4개월까지로 평균 2세 1개월이었고, 남자가 14명(78%), 여자가 4명(22%)으로 남자가 많았다. 발병연령은 17명은 선천성이었고 1명은 2세경에 난청이 시작되었다. 3명(17%)은 청각신경병증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신생아기 고빌리루빈혈증의 과거력을 가지고 있었다. 청각신경병증 외에 추가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로는 경도 정신지체가 2명, 경도 범발성 발달장애가 1명에서 확인되었다(Table 1).
청력검사
18명의 36귀 중에서 33귀에서, 즉 15명은 양측 귀에서, 그리고 나머지 3명은 일측 귀에서 청각신경병증을 진단하였다.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된 33귀 중 27귀는 이음향방사는 나타났으나 청성뇌간반응은 기록되지 않아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하였고, 6귀는 이음향방사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CM이 기록되고 청성뇌간반응은 기록되지 않아 본 질환으로 진단하였다. 일측성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된 환자 3명의 반대측 귀의 상태는 2명은 정상청력이었고, 나머지 1명은 감각신경성난청이었다.
18명 중 14명에서 순음청력검사가 가능하였는데, 환자의 청력은 중등도 난청에서 심도 난청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순음청력검사가 가능했던 14명 중 8명에서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2회 이상 추적검사가 가능하였는데, 변동성 난청(fluctuating hearing loss)이 1명, 악화된 경우가 2명, 일측 귀에서 고음역의 호전을 보인 경우가 1명, 그리고 변동이 없는 경우가 4명이었다. 변동성 난청을 보였던 환자는 평균 10 dB 이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였고, 고음역의 호전을 보였던 환자는 5년 동안 평균 23 dB의 호전이 있었다.
이음향방사는 12명(양측성 10명, 일측성 2명)의 22귀 중, 이음향방사가 나타나지 않고 CM이 기록되어 진단되었던 한 귀를 제외한 21귀에서 추적검사가 가능하였다. 그 중 5명(양측성 4명, 일측성 1명)의 7귀(33%)에서 추적검사 중 평균나이 6세 9개월(2세 7개월~11세 4개월)에 이음향방사가 사라졌는데, 양측성 청각신경병증 환자 4명 중 2명은 양측 귀 모두에서, 다른 2명은 일측 귀에서만 이음향방사가 사라졌다. 나머지 14귀(67%)에서는 추적검사 결과 이음향방사가 지속적으로 보존되어 있었다.
신경학적 검사
18명 중 1명(6%)에서 ataxic gait의 증상이 있어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실시한 결과 general sensory peripheral neuropathy로 진단되었다. 나머지 17명은 말초신경병증의 증상과 징후를 보이지 않았고, 이 중 3명에서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와 같은 전기생리검사를 시행하였는데 모두 정상 소견을 보였다.
전정기능검사
12명에서 caloric test를 시행하였다. bithermal caloric test를 먼저 시행하고 반응이 없을 경우 4℃ 냉각수를 이용하였다. 2명에서만 정상소견을 보였고, 10명(83%)에서는 bithermal caloric test와 4℃ 냉각수를 이용한 caloric test 모두에서 안진이 유발되지 않아 전정신경의 침범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영상학적 검사
15명의 아동에게 시행한 전산화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검사 결과 1예의 Mondini 기형이 확인되었고, 나머지 14명에서는 내이와 청신경에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인공와우이식
모든 환자는 저출력의 보청기 혹은 FM system을 사용하였으며, 9명의 아동에게 인공와우이식(Nucleus CI24R)을 시행하였다. 수술 시 연령은 1세 11개월에서 11세 9개월로 평균 4세였고, 남아가 5명, 여아가 4명이었다. 술 전 순음청력검사가 가능하였던 6명의 청력은 78 dB HL에서 90 dB HL까지로 평균 84 dB HL이었다(Table 2).
수술 중 전극 삽입 후에 electrical stapedial reflex(ESR)와 electrical compound action potential(ECAP)(Fig. 2)을 기록하였다. 전체 9명 중 6명에서는 두 가지 검사에서 정상적인 반응이 나타났고, Mondini 기형을 동반한 한 아동에서는 ECAP은 기록되었으나 ESR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7세와 11세 6개월의 늦은 나이에 수술을 받은 두 아동에서는 두 가지 검사 모두에서 반응이 없었다. 술 후 3주째 시행한 electrical auditory brainstem response에서는 9명 모두에서 정상적인 파형이 기록되어 전기자극에 의해 neural synchrony가 회복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1).
인공와우이식 후 청력과 말 지각력에 있어 모든 환자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여주었다(Table 2). 인공와우 장착 후 순음청력검사가 가능하였던 8명의 청력은 20 dB HL에서 40 dB HL까지로 평균 32 dB HL이었다. 술 후 말 지각력은 모든 환자에서 착용 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달하였으며, 범발성 발달장애를 가진 한 아동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에서 보기가 없는 조건에서의 말 지각력 검사가 가능하였다. 특히 말 지각력의 발달은 수술 시기가 빠를수록 우수한 경향을 보였는데, 4세 이하의 나이에 수술을 받고 2년 이상 경과한 4명의 아동은 일음절 단어 검사에서 87%에서 96%(평균 91%)에 이르는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반면 7세와 11세 6개월의 늦은 나이에 수술을 받은 두 아동은 진전은 있으나 발달 속도가 느린 양상이었다. 인지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술 후 초기에는 거의 진전이 없다가, 술 후 2년이 경과하는 시점에서 급격한 발달을 보였다.
고 찰
Davis 등이 행동반응청력검사에서 정상 내지 경도의 난청을 보이나, 청성뇌간반응은 나타나지 않는 역설적인 소견을 보이는 환자들을 처음 보고하였고,8) Worthington 등도 이와 유사한 환자들을 보고하였다.9) 이후 많은 저자들이 순음청력검사와 청성뇌간반응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증례들을 보고하면서 paradoxial hearing loss, brainstem auditory processing syndrome, auditory neural synchrony disorder 등 다양한 병명을 사용하여 왔다.2,6) 1978년 Kemp에 의해 외유모세포의 기능을 반영하는 이음향방사의 존재가 증명되고, 1980년대 후반부터 이음향방사 검사가 임상에서 널리 이용되면서, 감각신경성난청 환자 중에 이음향방사는 나타나지만 청성뇌간반응은 나타나지 않는, 즉 외유모세포의 기능은 정상이면서 내유모세포와 제 1형 청신경세포를 통한 청각전달로의 이상으로 인한 난청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청각신경병증(auditory neuropathy)이라는 병명은 1996년 Starr 등이 경도 내지 증등도 난청과 낮은 어음명료도, 정상 이음향방사, 그리고 비정상 청성뇌간반응을 보이는 10명의 난청 환자를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3)
청각신경병증의 유병률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Kraus 등은 순음청력검사에서 정상 혹은 중등도 난청을 보인 환자 48명 중 7명(15%)에서 청성뇌간반응이 기록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고,6) Rance 등은 난청 고위험군의 0.23%, 난청 아동의 11%가 청각신경병증이 원인이었다고 보고하였다.4) 최근에 Berlin 등은 청각장애인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 중 약 10%가 청각신경병증 환자라고 보고한 바 있다.7) 청각신경병증은 대부분 양측 귀를 동시에 침범하나 일측 귀에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10) 본 연구에서 일측성 청각신경병증은 전체 청각신경병증의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각신경병증은 외유모세포의 기능은 보존되어 있으면서 내유모세포와 제 1형 청신경세포를 통한 청각전달로의 이상으로 인해 유발된다. 따라서 외유모세포의 기능을 반영하는 이음향방사나 CM은 기록되고, 청각전달로의 기능을 반영하는 청성뇌간반응, 등골근 반사, 유발이음향방사의 contralateral suppression, masking level difference 등은 나타나지 않는다.1,2,3,4)
정상 이음향방사는 청각신경병증 진단의 필수 조건이지만 청각신경병증 환자 중에는 진단 시에는 이음향방사가 있었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고 진단 시점부터 이음향방사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Sininger 등은 59명의 청각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의 80%는 이음향방사가 나타나지만, 9%에서는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았고, 11%에서는 진단 당시에는 나타났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라졌다고 하였다.11) 또한 이음향방사의 소실은 평균연령 4.7세의 어린 나이에 발생하였는데, 이는 나이 든 청각신경병증 환자의 경우 과거 어느 시점에는 이음향방사가 있었으나 현재에는 이음향방사가 사라져, 와우의 이상에 기인한 감각신경성난청으로 잘못 진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CM은 진단 당시 모든 환자에서 정상적으로 기록되었다. 따라서 이음향방사가 나타나지 않고, 청성뇌간반응이 기록되지 않는 난청 환자의 경우, 청성뇌간반응 기록 중에 CM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면 청각신경병증의 여부를 감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일부의 청각신경병증 환자에서 이음향방사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라지는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보청기의 사용이 음향 외상을 야기하여 이음향방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보청기를 사용하는 많은 청각신경병증 환자에서 이음향방사가 보존되어있고, 또 오랜 기간 보청기의 사용 후 이음향방사가 사라지거나 약해진 경우 일정기간 보청기 사용을 중지하면 다시 이음향방사가 회복된 사례들이 있어, 이 점에 있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11) 본 연구에서도 이음향방사의 추적 검사가 가능하였던 21귀 중 7귀(33%)에서는 평균 나이 6세 9개월에 이음향방사가 사라졌고, 14귀(67%)에서는 지속적으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이음향방사의 존재가 최종적으로 확인되었던 시점이 평균 나이 4세 4개월(1세 2개월~11세 4개월)이어서 이들의 이음향방사가 계속 보존될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사라질 것인지는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청각신경병증 환자의 순음청력역치는 정상에서 고도 난청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순음청력역치로 기대되는 정도보다 훨씬 낮은 어음명료도를 보이는 특징을 가지며, 본 연구의 결과에서 보듯이 일부 환자에서는 시간경과에 따라 청력 역치가 변화하기도 한다. Sininger 등도 청각신경병증 환자들의 청력이 변화하지 않는 경우(stabilizing hearing loss), 변동성인 경우(fluctuating hearing loss),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경우(progressive hearing loss), 그리고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 등 다양한 경과를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11) 또한 소수에서는 비록 소음환경에서는 언어 인지력에 장애를 보이긴 하지만, 보청기가 필요 없는 수준까지 자연 호전될 수 있고 특히 고빌리루빈혈증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 청력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고, 호전 정도가 크다는 보고가 있다.12)
청각신경병증 환자 중에는 청각전달로 이외의 다른 부위에 말초신경병증을 가진 경우가 있다. Ataxic gait와 같은 말초신경병증의 증상을 가진 경우도 있고, 증상은 없으나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와 같은 전기생리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3) 병발하는 말초신경병증의 예로는 Charcot-Marie-Tooth Syndrome과 같은 hereditary motor sensory neuropathy,
Friedreich's ataxia, 심부건반사의 소실 등이 있다.3,13) 말초신경병증의 동반 비율은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Starr 등은 소아와 성인을 포함한 10명의 청각신경병증 환자 중 8명에서 말초신경병증이 동반되었다고 하였고,3) Rance 등은 1개월에서 49개월 연령의 20명의 청각신경병증 환자 모두에서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4) 근래에 Starr는 70명의 청각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8명(27%)의 환자에서 말초신경병증이 동반되었고 특히 15세 이상의 환자에서는 80%에서 말초신경병증이 동반되어 있어, 말초신경병증이 소아에서보다 성인에서 더 흔히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였다.14) 소아를 대상으로 한 본 연구에서도 18명의 대상 아동 중 단 1명(6%)에서만 말초신경병증이 확인되어, 말초신경병증이 소아에서는 드물다고 하는 타 연구의 결과와 일치하는 소견을 보여주었다. 청각신경병증 환자 중에는 평형장애를 호소하거나, 평형장애 없이 전정기능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전정신경도 함께 침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이다.13) 따라서,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되면 평형기능장애와 말초신경장애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자를 평가하여야 한다.
청각신경병증 환자의 가장 큰 불편은 어음변별이 되지 않는 것이고 주변 소음이 있는 경우 어음변별력은 더욱 나빠진다. 이러한 어음변별력의 저하는 neural discharge의 dyssynchrony로 인한 temporal processing ability의 손상에 기인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보청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FM system이나 시각을 이용한 의사소통 방법(visual communication system)을 보조적으로 이용하면 말-언어 발달에 다소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15)
최근에는 적절한 재활치료에도 진전이 없는 경우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하여 좋은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16,17,18) 보고에 따르면 인공와우를 이식받은 아동들은 대부분 말 지각력에 상당한 진전을 보였고, 일부 아동은 친숙한 상대와 전화통화가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Peterson 등은 환자-대조군 연구를 통해 청각신경병증 환자군과 비 청각신경병증 난청 환자군 사이에 인공와우이식 후 언어 수행력에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18) 본 연구에서도 인공와우이식을 받은 9명의 아동 모두에서 술 후 청력과 말 지각력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청각신경병증 환자에게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본 질환의 병변이 내유모세포나 신경접합부에 국한되어 있다면, 인공와우를 통한 전기자극은 와우를 건너 뛰어 나선신경절 세포를 직접 자극하므로 병변이 전기자극의 전도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병변의 위치가 청신경 자체에 있는 경우라면 비록 소리자극에 대해서는 neural synchrony가 유발되지 못하더라도 전기자극에 대해서는 neural synchrony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청신경 병변을 가진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탈수초 병변(demyelinating neuropathy)을 가진 쥐와 나선신경절세포의 수가 정상의 5% 수준으로 감소된 고양이의 청신경에 전기자극을 가할 경우 청성뇌간반응의 파형이 기록될 수 있음이 증명된 바 있다.19,20)
수술의 결과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청각신경병증환자의 경우 청성뇌간반응의 역치가 실제 청력역치를 반영하지 못하며, 일부 환자에서는 보청기가 필요 없는 수준까지 청력이 자연 호전될 수도 있고,12) 아무런 치료 없이도 1년~1년 6개월 사이에 정상적인 말-언어발달을 하는 등7) 보청기나 인공와우이식이 불필요한 경우가 있으므로 이식 대상자와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데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청각신경병증 환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행동반응청력검사를 통해 청력역치를 확인하고,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신중한 청력검사와 언어평가를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청력의 자연 회복이 없고 말-언어 발달이 부족하거나 진전이 없을 때 인공와우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결 론
소아 청각신경병증의 대부분은 선천성으로 양측 귀에 발생하였고 이음향방사와 청성뇌간반응을 통해 진단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청력과 이음향방사는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보존되어 있었고 전정기능은 저하되어 있었으며, 말초신경병증은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아동에서는 후천성으로 발생하거나 일측 귀만 침범하였고, 이음향방사 대신 CM으로 외유모세포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었으며, 추적관찰 시 청력이 변동하고 이음향방사가 사라지며 말초신경병증을 동반하는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보청기의 사용과 적절한 재활치료에도 말-언어 발달에 진전이 없는 경우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하여 청력과 말 인지력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양한 임상 양상을 취하는 소아 청각신경병증의 진단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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